"수능이 공정하다? 그냥 공장이다!"
▲ 이종태 21세기교육연구소 소장이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받아쓰고 외우고… 점수경쟁 올인
한국사회 각인된 관행 뿌리뽑아야

지난 1년 文정부 정책 실망스러워
아이들 미래 볼 줄 아는 시각으로
권위 없이 팔 걷을 새 교육감 기대


"발등의 불만 끄려는 식의 정부정책과 4차 산업혁명, 인구절벽 등에 직면한 상황에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핵심적인 요소를 간과한 채 진행된 과거 교육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것이 교육의 봄 운동입니다. 우리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10년 플랜'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2030년을 목표로 움직여 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의 교육이 '겨울'이라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교육의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봄'을 만들어 가기 위해 나선 사람들의 모임, '교육의 봄, 10년 플랜'이다. '우리가 바라는 교육'을 '봄'으로 형상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적극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믿고 행동에 나선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아 진두지휘 하고 있는 이종태 21세기교육연구소장을 만났다.

"우리 교육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문제점 중 가장 큰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생각하는 공부가 아니라 무조건 받아쓰고 외우라고 강요하는 것입니다. 점수 경쟁에 올인하게 하고, 점수가 조금이라도 높으면 유능하다고 보는 관행이 교사나 학부모들의 뼛속까지 각인돼 있어요."

한 평생을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 바친 이 소장에게 우리 교육은 여전히 '받아쓰고, 외우는 점수 경쟁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대학도, 대학입시 제도도 마찬가지다.

"요즘 대학입시에서 수능으로 선발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이는 점수만능주의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을 잘 보면 학교에서 점수를 잘 받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일을 잘하고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을 바꿔야 하지만, 현재의 시스템이나 교사인식, 사교육 자본의 엄청난 힘 때문에 학교교육이 형편없이 망가지고 있는데도 전혀 변화의 기미가 없어요."

문재인 정부에 걸었던 희망마저도 기대를 엇나가고 있다. 그는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현재의 교육현실을 변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지난 1년간 문 정부는 교육정책에 관한한 거의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근 (정부의)움직임을 보면 교육을 과거지향적으로, 즉 '점수따기식' 공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려는 게 역력합니다. 교육부 차관이 대학 총장들에게 전화해 수능 비중을 늘리라고 하지 않나, 국가교육회의에 보낸 교육부의 2022년 대입전형 방안엔 미래지향적인 내용이 하나도 없어요. 단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율과 같은 지엽적인 문제만을 담고 있어요."

지금의 한국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다고 느낀 그는 그동안 자신과 함께 꾸준히 교육운동을 해온 사람들과 모여 지난 3월부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해, 지난 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교육의 봄, 10년 플랜' 출범식을 가졌다.

"교육운동을 해온 수십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내린 결론은, 우리 교육이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으면 아이들의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사회 시각으로 오늘의 문제를 보고, 개혁과제를 도출하는 식의 새로운 접근을 하자는 것입니다. 정부가 지금까지 했던 대증요법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도달해야 할 목표를 먼저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자는 것이지요."

'교육의 봄'이 출범한 이유다. '교육의 봄'은 우리 교육이 어떻게 달라져야 할지에 대해 1만명의 국민참여단 조직과 국민 대토론회 등을 통해 소통하면서 국민이 원하는 교육의 방향과 과제들을 뽑아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나갈 예정이다.

"교육의 봄 운동은 '교육적 위기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확산', '자율과 경쟁대신 협력과 상생에 바탕을 둔 새로운 교육 가치와 패러다임 구안', '향후 10년의 교육 비전과 개혁과제 및 추진 계획 수립', '10년 플랜의 추진 동력 확보' 등 4가지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작은 시작이 많은 국민의 호응으로, 2030년 벽두에 완연한 한국 교육의 봄으로 피어나길 고대합니다."

화두가 다시 대학입시로 급진전했다. 이 소장은 최근 2022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으로 수능과 학종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논쟁구조 자체가 잘못됐다"고 진단했다.

"수능과 학종 중에 상대적으로 어느 것이 나은지 단편적으로 물어보는 것에 그쳤어요. 전체적인 수업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학종이 낫지요. 문제 풀이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 스스로 새로운 수업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어요. 4차 산업시대를 대비해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내친 김에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어떤 교육감을 뽑아야 할지에 대해 물었다.

"우리교육에 대한 비상한 위기의식이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현재 우리나라 교육이 가진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면서 지금의 교육을 어떻게든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교사들과 눈높이를 맞출 줄 알아야 하며, 권위가 없고 특권을 내려놓을 줄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이 바라는 한국교육은 어떤 것인지 물어봤다.

"앞으로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될지 몰라요. 지금의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바로 그 미래입니다. 과거지향적인, 힘을 고갈시키기만 하는 교육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들이 평생 살아갈 힘을 길러주는 교육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동안 교육개혁에 관심을 갖고, 수십년간 교육운동에 직·간접적으로 몸 담아온 이종태 소장에게 '교육의 봄'은 곧 '한국사회의 변화'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



이종태 21세기교육연구소 소장은

교육개혁에 힘써온 이종태 소장은 서울대학교 교육학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교육연구소 소장, 한울고등학교(전남) 교장, 노무현 정부 정권인수위원(교육분야) 등을 역임했다.

안양매니페스토정책포럼 대표, 시민주권 운영위원, 지혜학교(대안학교)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으며 '대안교육 이해하기' 책도 펴냈다. 현재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부설 21세기교육연구소 소장, '교육의 봄, 10년 플랜'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교육의 봄, 10년 플랜'은

1. 경쟁 대신 협업 2. 국민 누구든 참여 3. 2030년 목표 청사진


'교육의 봄, 10년 플랜'은 경쟁 대신 협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한국교육을 바꾸겠다는 것을 목표로, 정부를 대신해 '10년 대계'를 세우기 위해 나선 시민연대다.

기존 회원가입을 받고 가입회원 위주로 활동하는 폐쇄된 형태의 시민단체가 아니다. 뜻이 맞는 단체와 시민이면 누구나 함께하는 연대체 성격으로 운영된다. 발기인으로 1000여명이 참여했으며, 이를 1만명 규모의 국민참여단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국민대표자회의(가칭)'를 구성하고, 국민 대토론회·콘퍼런스 등을 열어 1년 여간 여론 수렴과 연구를 진행하는 등 2030년을 목표시점으로 하는 '10년 플랜'을 내놓을 예정이다.

교육의 봄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세계 경제 흐름이 바뀌면서 기업조차 경쟁보다는 협업과 공감능력을 중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는 이런 흐름을 반영한 2015개정교육과정을 마련하고도 그 취지를 훼손하거나 교육정책을 여론에 맡기려는 퇴행적 모습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또 "교육 양극화가 심해지고 입시부담이 초·중학교까지 내려오는 등 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으며, 근본적인 쇄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국민이 나서 교육의 봄날이 오도록 10년의 청사진을 그리겠다"고 강조했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