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정경부 차장
1948년 5월31일 문을 연 대한민국 국회가 개원 70돌을 맞았다. 국회는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해 헌법을 제정하고 정부를 수립하는 주춧돌을 놓은 민의의 산실이다.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개원 70주년 기념식'은 떠들썩한 잔치라기보다는 자성을 촉구하는 숙연한 분위기였다.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20대 국회가 이날로 전반기를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구성됐어야 할 후반기 국회 의장단을 제때 뽑지 못해 당분간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이 없는 채로 허송세월을 보낼 처지다. 또 비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동료 의원 2명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 국민의 손가락질이 쏟아졌다.

특히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1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기회를 무산시키면서 당리당략과 정치력 부재의 민낯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1년 반 동안 국회 헌법개정특위까지 가동했지만, 국회에 부여된 개헌 발의권도 행사하지 못했고,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은 의결 정족수 미달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폐기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법안 처리율은 27%로 사상 최악의 국회였다는 19대 국회 32%보다 떨어져 국회 생산성에서도 국민들의 기대치에 벗어났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국회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날로 임기를 마친 정세균 의장도 기념사에서 "아직도 정치가 국민을 걱정하기보다는 국민이 정치를 더 걱정하는 상황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탄식했다.
다음달 13일에는 인천 남동갑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지방선거에 묻혀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어느 때보다 중요한 선거다.

범진보와 범보수가 팽팽히 맞서 있는 현 정치구도가 전국 12곳에서 치르는 재보선 결과에 따라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남동갑 보선에는 더불어민주당 맹성규·자유한국당 윤형모·바른미래당 김명수·정의당 이혁재 등 4명이 입후보했다. 보선 확정이 늦어지면서 짧은 기간동안 선거를 준비했던 후보들이 31일부터 본격적인 선거유세를 시작한다.

선거유세가 조금 시끄럽고 불편할 수도 있지만, 옥석을 가린다는 마음으로 남동갑 후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리고, 국회를 바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