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야기 투어 
▲ 강화이야기투어는 인력거 같은 전기자전거를 타고 역사를 만나는 강화여행으로 탈 것을 타는 즐거움과 역사문화를 공부하는 즐거움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다.
5월 하순, 초여름 햇살을 받은 자전거가 게으르게 빛난다. 자전거라기 보다는 세 바퀴가 달린 인력거처럼 보인다. 전기로 움직이는 친환경자전거다. 용흥궁공원에 늘어선 이 자전거들은 '강화도 이야기 투어'를 맡은 해설가들이기도 하다. 자전거에 오르면 운전자가 강화 곳곳의 명소를 데려다주며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여준다.

"어서 오시겨, 지금부터 강화도 여행을 시작하겠습니다."
이주현 대표해설사의 인사를 받으며 자전거에 오른다.

"덜커덩, 덜커덩"
마치 인력거를 탄 것처럼 전기자전거가 덜거덕거리며 강화의 골목길을 누비기 시작한다.

처음 도착한 곳은 '대한성공회 성당'이다. 이 대표의 설명이 시작된다. "이 건물은 초대 주교인 고요한(Corfe,C.J.)이 1900년에 한옥으로 지은 대한성공회 성당입니다. 강화성당은 서유럽의 바실리카(Basilica)양식과 동양의 불교사찰양식을 과감하게 조합시킨 것이 특징이지요…."

간략한 설명을 들은 뒤 자전거에서 내려 교회 내부를 둘러본다. 교회의 내부공간은 바실리카양식을 따랐고, 외관은 한식 목구조와 기와지붕의 불교사찰 모양을 한 독특한 형식이다.

서쪽에 출입문을 둔 서구 형태를 취하면서 전체적으로는 배(船)모양을 본 떠 뱃머리인 서쪽에는 외삼문 및 내삼문과 성당종을 배치한 형태를 띠고 있다. 중앙엔 성당을 두고 후미엔 사제관을 배치한 특이한 양식으로 우리나라 건축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되는 유적이다. 압록강에서 운반한 나무를 쓰고 경복궁 공사에 참여한 대궐 목수가 건축을 맡았다고 전한다.

입구 계단, 외삼문·내삼문·성당·사제관을 동남향 종축으로 배치한 외부공간의 구성이 불교사찰의 구릉지가람(丘陵地伽藍)과 비슷하며, 성당 앞마당에는 큰 보리수나무 두 그루가 서 있다. 오전 10시~오후 6시 개방하며 연중무휴다. 30분이면 건물 전체를 둘러볼 수 있으며 30대의 차를 주차할 공간이 있다. 032-934-6171

자전거가 두번째로 데려다 준 곳은 '용흥궁'이다. 조선 제25대 왕인 철종(재위 1849∼1863)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살던 집으로 철종이 왕위에 오르자 강화유수 정기세가 건물을 새로 짓고 용흥궁이라 칭했다. 어린 시절 이름이 원범(元範)이던 철종은 정조의 아우인 은언군(恩彦君)의 손자이며, 전계대원군(全溪大院君)의 셋째 아들로 어머니는 용성부대부인(龍城府大夫人) 염씨(廉氏)이다.

1844년(헌종 10) 회평군(懷平君)의 옥사에 연루돼 가족과 함께 강화도에 유배된 뒤 학문과는 거리가 먼 농부로 살았다. 당시 영조의 혈손으로는 헌종과 원범 두 사람뿐이었다. 1849년 헌종이 후사가 없이 죽자 대왕대비 순원왕후(純元王后)의 명으로 19세 나이로 왕위를 계승한다.

용흥궁은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집이고, 지붕을 받치면서 장식을 겸하는 공포가 기둥 위에만 있는 주심포 양식으로 내전은 정면 7칸, 측면 5칸이며, 별전은 정면 6칸, 측면 2칸인 ㄱ자형 집이다. 용흥궁은 창덕궁의 연경당, 낙선재와 같이 살림집의 유형을 따라 지어져 소박하고 순수한 느낌이 든다. 경내에는 철종이 살았던 옛 집임을 표시하는 비석과 비각이 있다. 관람시간은 30분 정도며 고려궁지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자전거에 다시 올라 언덕을 오르자 '고려동문'이 나타난다. "고려시대 몽골침입에 맞서 항전하기 위해 1232년(고종 19) 강화로 수도를 옮겼을 때 처음 성을 쌓았는데, 그 때는 지금보다 규모가 작았습니다. 조선 전기에 개축했는데 1637년 병자호란 때 청군에 의해 파괴됐고 숙종 때 성을 보수하면서 동락천 건너 남산까지 포함시켜 크게 확대했지요. 북산, 남산, 견자산으로 이어진 포곡식 산성으로 둘레가 7122m에 이릅니다."

이주현 대표는 "4개의 대문, 4개의 암문, 2개의 수문(水門)이 있고, 북산과 남산 정상에 관측소이자 지휘소인 북장대, 남장대가 있었다"며 "장인대(丈人臺)라고도 불린 남장대는 1745년(영조 21) 강화유수 황경원이 세웠는데, 2010년에 복원됐다"고 설명한다.

4대문 가운데 북문에는 원래 누각이 없었는데 1783년(정조 7) 강화유수 김노진이 누각을 올려 온전한 형태를 갖췄다한다. 남문은 1955년에 문루가 무너졌는데 1975년에 복원했고,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종필이 '江都南門' 편액을 썼다. 2003년 동문이 새로 세워지면서 모든 성문이 복원됐다.

60분 투어의 마지막 코스인 '고려궁지'로 향한다. 고려궁지는 고려가 몽골침략에 맞서 항전하기 위해 도읍을 개경에서 강화로 천도한 1232년(고종 19)부터 다시 환도한 1270년(원종 11)까지 39년간 사용하던 고려궁궐터이다. <고려사절요>에 의하면, 최우(崔瑀)가 군대를 동원해 이 곳에 궁궐을 지었으며 규모는 작았으나 송도 궁궐과 비슷하게 만들고 궁궐의 뒷산 이름도 송악(松岳)이라 불렀다.

현재 이 자리보다는 고려궁지를 정면으로 볼 때 왼편 아랫쪽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정확히 밝혀진 게 없으므로 여전히 고려궁지로 알려져 있다. 강화도에는 정궁(正宮) 이외에도 행궁(行宮)·이궁(離宮)·가궐(假闕) 등 많은 궁궐이 있었다.

강화의 고려 궁궐은 1270년 개경으로 환도할 때 성과 함께 모두 허물어졌으며 조선시대 들어와 강화의 지방 행정관서가 자리잡았으며 외규장각 등이 있었으나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에 의해 불타 없어졌다. 지금은 강화유수가 업무를 보던 동헌과 유수부의 경력이 업무를 보던 이방청 등 조선시대 유적만 남아있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이며 15대 정도 주차할 공간이 있다. 032-930-7078

자전거로 한 바퀴 돌고나니 고려, 조선시대를 지나온 것 같은 지적포만감이 올라온다. "덜커덩, 덜커텅…." 멀어져가는 자전거의 뒷모습을 보며 강화도의 산하를 휘휘 돌아본다. 얼마전까지 연분홍빛으로 뒤덮였던 산들은 이제 막 짙고 옅은 녹색으로 부풀어오르는 중이다.

/글·사진 김진국 논설위원 freebird@incheonilbo.com



60·80·100분 코스 … 연중무휴


'강화이야기투어'는 전동자전거로 개조한 인력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이다. 강화의 역사, 전통, 문화를 친환경 전기자전거를 타고 쉽고 재밌게 배우는 역사여행 프로그램이다.

운전자인 가이드가 역사적 사실과 뒷얘기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줘 편안히 앉아서 여행도 하고 재밌는 역사도 공부할 수 있다.

이주현 해설가이드 대표는 "이야기투어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역사이야기를 해주면 너무 흥미롭게 경청을 하신다"며 "인력거를 타는 재미와 이야기를 듣는 즐거움을 동시에 맛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역사적 사실과 그 뒷이야기까지도 설명해주어 코스에 얽힌 역사를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용흥궁공원 주차장을 출발하는 코스는 모두 3개로 짜여졌다. 60분투어는 '성공회성당-용흥궁-강화산성동문-고려궁지'를 돌며 80분투어는 '성공회성당-용흥궁-강화산성동문-고려궁지-강화산성북문(북한 개풍군 조망)'까지 볼 수 있다. 100분투어는 여기에 김구선생 방문고택을 포함하는 코스다.

강화이야기투어㈜(대표 김형식)가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연중무휴로 오전 9시~오후9시 운영된다. 인력거는 모두 20대가 준비돼 있으며 1대당 2명이 탈 수 있으며 어린아이의 경우 함께 데리고 타도 된다. 2인 기준으로 40분은 2만원, 80분은 4만원, 100분은 5만원이다. 032-934-2628

/왕수봉 기자 8989king@incheonilbo.com

인천일보·강화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