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60대 후반-어느 노인들의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다. 두달마다 모이는데 모두가 열심이다. 그중에는 걷기에도 힘들 만큼 건강상태가 안좋은 이들도 있는데 서울서 만사를 제쳐놓고 내려온다. 처음 모임을 시작한 것은 지난 80년대 학교를 졸업한지 40년이 되던 해였는데 옛벗들이 모여 회포를 풀기 시작한지도 또한 20여년이 지났다.
 그들이 처음 모이던 날 해프닝이 더러 있었다. 6년을 함께 배운 학우들이었으면서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졌던 것이다. 마주 붙들고 이름을 대고 그 시절의 별명을 불러도 서먹서먹 했었다. 그만큼 오랜 세월이 흘렀을뿐 아니라 너무나 많이 변했기 때문이었다. 하기는 더러 6·25 전란으로 희생된 벗들도 있었다.
 그때 어색한 분위기를 해소해 준 것은 당시의 졸업앨범이었다. 한 친구가 용케도 간직하고 있던 앨범을 지참했는데 그것을 보고 옛 얼굴을 떠올리고서야 비로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를 계기로 앨범의 전 페이지는 아니나 단체촬영 장면을 여러장 복사하여 나누어 주고 그후로도 뒤늦게 모임을 알고 나오는 후참에게도 줌으로써 쉽게 알아보는 작은 계기가 계속되었다. 하지만 한 때 졸업앨범은 부정적인 요인이 많았다. 잡부금에 시달리던 시절 학부모의 부담이요 제작업자들은 독점권을 따내느라 잡음을 일으켰었다. 일부학교에서는 부피가 늘어나 사치하기도 했었다.
 전국 초중고교 졸업앨범 품평회에서 모사진관이 출품한 가정여중의 것이 금상을 차지했다고 한다. 1만점이 출품된 치열한 경쟁끝이었으니 가작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졸업앨범이란 각급학교에서 졸업생들간에 함께 배운 추억으로 남길 모습들을 촬영 책으로 엮어내는 사진첩이다. 졸업후 오랜 세월이 지나 졸업앨범은 귀중한 추억 덩어리가 된다. 때마다 비로 망쳤던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즐거웠던 소풍도 운동회도 떠오른다. 그리고 지금 은사님은 어디 계시고 벗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장마다 펼치면서 그리운 추억의 실마리가 풀려 나오는 것이 졸업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