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캐한 검은 연기가 하루종일 인천시 중구 일대를 뒤덮었다. 시민들은 대부분 영문도 모르고 연기에 노출된 채 속수무책으로 지내야 했다. 일부 상가에선 장사를 하기 힘들어 문을 닫아야 했다. 사무실마다 창문을 닫고 직원들은 마스크를 쓴 채 일을 보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시민들은 휴대폰에 '재난문자'가 뜨고 나서야 대충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 알게 됐다. 중구 항동 7가 인천항 1부두에 정박 중인 파나마 국적의 5만t급 차량운반용 화물선에서 불이 난 때는 21일 오전 9시 39분쯤이었다. 하지만 다음 날인 22일에도 좀처럼 불길은 잡히지 않았다. 주민들은 이틀째 자욱한 유독성 검은 연기와 '싸우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

인명피해를 내진 않았지만, 항내 대규모 선박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기엔 소방당국도 역부족이다. 이날 불로 화물선 내부를 모두 태우고, 배에 실린 중고차 2000여대도 피해를 입었다. 화재가 나자 인천소방본부는 '대응 2단계'(인접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동원하는 경보령)를 발령하고 소방차 80여 대와 인력 240여명을 투입했다. 중앙구조본부 수도권특수구조대도 투입하고 산림청 등에서 헬기 지원까지 받았다. 그런데도 화물선이 폐쇄형 구조이고 연기와 열기가 거세다 보니 내부 진입을 하지 못한다. 주민들은 모처럼 휴일(부처님 오신 날)을 맞았음에도, 오랫동안 유독성 연기를 들이마시면서 보내야 했다.

문제는 인천시 재난안전본부가 제 구실을 했느냐는 점이다. 지역에 유독성 연기가 뒤덮였지만, 유관기관 협조나 대응을 제대로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시는 재난안전상황실에서 화재 현장을 영상으로 지켜보며 중구가 보낼 안전 안내문자를 승인했지, 중구와 협의해 주민들을 대피시키거나 행동 요령을 전파하는 등의 현장 지도는 하지 않았다. 한국철도공사와 신포역 등 수인선 역사에서 연기를 빼내거나 이용객 대피를 위한 협의도 하지 않았다. 시 재난안전상황실은 상황만 전파할 뿐, 화재·연기 등에 대응하는 조치를 하지 못한 셈이다. 365일 24시간 중단 없는 안전시스템을 세웠다는 말이 무색하다.

국민 안전을 수호하는 일은 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 확립해야 할 최우선 과제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 먼저라는 얘기다. 차제에 인천시든 어느 시·도에서든 재난 현장을 가상한 '훈련'에 매진하라고 촉구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