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은 범죄자 아닌 약자"
시, 중간 완충지대 확보 계획
"왜 하필 그곳인가" 사고 우려
학부모 "반대 서명·집회 불사"
전문가 "편견·지역갈등 사례
상호간 배려·대화가 필요해"
▲ 수원의 한 정신치료센터가 수원시 팔달구 매산초등학교 정문에서 6~70m 정도 떨어진 곳까지 확장 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해당 초등학교 앞으로 정신치료센터 예정 부지가 보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정신질환을 앓는 우리 아들은 예비범죄자가 아닌 약자에요. 학부모들 걱정은 이해되지만, 센터가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 조현병 자녀를 둔 부모

"정신치료센터 반대가 아니라 초등학교 앞인 것에 대한 반대에요. 초등학생을 지켜주세요" - 매산초등학교 학부모

수원시 한 초등학교 앞에 들어설 예정인 정신치료 센터를 두고 지역사회 갈등의 골이 깊어가는 분위기다.

정신질환자 가족 등과 예정지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입장은 찬·반으로 나뉘지만, 서로 '초등생과 환자인 약자보호'라는 취지는 공교롭게도 같다.

20일 수원시 등에 따르면 건립을 추진하는 '마음건강치유센터(가칭)'는 매산초와 약 6~70m 정도 떨어진 '성인정신건강증진센터' 부지에 8층 건물로 새롭게 지을 예정이다.

시는 초등학교 정문과 5m쯤 떨어진 부지에 공원을 만들고 울타리를 설치해 학교와 센터가 곧바로 연결되지 않도록 완충지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시의 계획에 매산초 학부모들은 학교 인근 마음건강치유센터 설립은 안된다는 입장이다. 지역주민 반대서명은 물론 집회도 불사하겠다는 등 강경하다.

매산초 학부모회 관계자는 "이번 서명계획은 단순히 우리 지역 반대가 아닌, 학교 가까이에 정신치료 센터가 들어올 수 없는 법을 만들기 위함이다"며 "이를 위해 시내 학교들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정신질환자와 알코올·게임 중독자가 오가는 센터가 학교 바로 앞에 생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말이다.

수원지역 정신의학과 의사들도 간담회를 열고 설득에 나섰지만 학부모들 입장은 완강하다.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A(여)씨는 "병명을 밝히자 일반 내과에서 치료 못 해준다고 쫓겨난 적이 있다. 그럴 때면 병에 걸린 내가 잘못한 건가 하는 생각에 너무 괴롭다. 사람들의 편견이 조금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두고 초등학생과 환자 등 약자를 바라보는 지역사회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사례라고 진단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깊이 있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형준 단국대학교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는 "서로 입장이 분명하지만, 약자를 배려하자는 사업 취지를 보면 이 갈등은 상당히 안타깝다"며 "안전을 우려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괜찮다'며 다른 의견을 내놓는 게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주장에서부터 해결을 논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현우 기자·임태환 수습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