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하나 없어도 살아" … 혹 떼려다 혹 붙인 대형병원
"신장 하나 없어도 살아" … 혹 떼려다 혹 붙인 대형병원
  • 장지혜
  • 승인 2018.0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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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신장 제거한 '의료사고'
보호자 국민 청원 2500명 참여
논란 커지자 뒤늦게 합의 절차

난소 혹 제거 수술도중 멀쩡한 신장을 종양인줄 알고 떼어버린 의료사고가 인천의 한 대형 병원에서 벌어졌다. 인천 남동구 A병원은 지난 3월 산부인과 수술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16일 밝혔다.

산부인과 의사 B씨는 난소 물혹이 의심되는 한 여성 환자의 복강경 수술을 집도했다. 초음파 검사 만으로 난소 옆에 붙은 물질이 혹이라고 확신한 B의사는 복강경으로 제거가 가능한 정도라고 판단해 시술에 들어갔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혹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복강경을 포기한 의료진은 곧장 개복을 시도해 난소 옆에 혹으로 추정되는 것을 잘라냈다. 하지만 떼어내고 보니 모양이 신장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비뇨기과 전문의를 불러 확인한 결과 B의사가 제거한 것은 물혹이 아닌 신장이었다.

정말 신장인지 아닌지 조직검사까지 거쳐 판명됐다. 약 2시간 이내 이식수술을 했다면 장기를 다시 붙일 수도 있었지만 이미 시간이 경과한 후였다.

결국 멀쩡한 사람의 신장 한쪽을 도려낸 꼴이 됐다. 수술 전 담당의가 초음파가 아니라 컴퓨터단층촬영(CT)만 해봤어도 난소 옆의 신장을 알아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병원측은 당시 의료사고를 인정하면서도 환자측의 항의에 대해 "신장은 1개만 있어도 살 수 있다"는 내용의 설명을 했다고 알려졌다.

병원은 사건이 발생한 3월부터 지금까지 두 달이 지나도록 피해 환자측에 제대로 된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보호자가 이 일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리는 한편 인천일보 취재가 시작되고 나서야 환자측과 합의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청원에는 2500명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A병원 관계자는 "있어서는 안 되는 끔찍한 사고임을 인정한다"며 "성실히 보상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장지혜 기자 j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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