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유리창 깨지는 위력
새벽-늦은밤 '딱 딱' 소음

학교·교육청·시 '무관심'
인근 골프장도 별무대책

학생 퇴교 등 불이익 우려
학부모들 '벙어리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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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수원시 권선구 자혜학교(특수학교)에 인근 골프연습장에서 안전망을 뚫고 날아온 골프공으로 학생과 직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학교 관계자가 수년째 모은 골프공을 펼쳐 보이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장애인 특수학교인 수원 자혜학교 학생들이 6년째 학교 담장을 넘어 오는 골프공에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학교측은 골프공이 날아 들어오는 곳이 주차장이어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치 못하고 있다.

학교, 수원교육지원청, 수원시 등 관계기관이 모두 손을 놓고 있으면서 아이들은 ‘골프공’을 피해 교육을 받아야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면서도, 자칫 아이가 퇴교 등 불이익을 받을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15일 자혜학교에 따르면 2013년부터 학교 옆에 있는 A골프장에서 골프공이 학교 주차장 쪽으로 날아들고 있다.

골프공은 주차된 교직원 차량 유리창을 깰 정도로 위력이 대단하다.

이달에만 파손된 차량이 8대나 된다.

심각한 문제는 아이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자혜학교 학생들은 주차장 옆에 있는 세차 실습장에서 세차 실습 교육을 하고 있다. 이에 세차 수업은 언제 골프공이 날아올지 모르는 안전위협에 노출돼 있다.

또한 밤늦게까지 '딱', '딱', 골프 치는 소리에 자혜학교 기숙사에 사는 학생들 숙면도 방해받고 있다.

한 교직원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 넘어서까지 골프 치는 소리가 아이들 숙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골프장에 아이들을 생각해 조치를 해 달라 해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교직원은 "아이들이 주차장에 올 일은 세차 수업 말고는 없지만, 골프공이 날아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늘 걱정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장애인 특수학교다보니 대놓고 학교 측에 불만을 토로하지 못하는 눈치다. 몇 년 전 수원시에 진정을 낸 게 전부다.

그런데도 자혜학교측은 상급기관인 수원교육지원청 등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한 일이라고는 지난해 6월 더는 학교에 골프공이 더는 날아오지 않도록 망을 한 겹 더 쳐달라고 수원시에 민원을 낸 게 고작이다.

학교 측은 번번이 해당 골프장에 연락해 차량 수리를 요구하고, 수리비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하는 분위기다.

A골프장 관계자는 "학교에서 주장하는 차량이 우리 골프공에 피해 봤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웃사촌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에 대부분 수리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측은 공이 어떻게 나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골프공은 38㎜고 그물망은 20㎜인데, 어떻게 골프공이 나가겠냐며 본인들도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혜학교에 날아온 골프공엔 A골프장 이름이 적혀있다. 이번 주에만 수십 개의 골프공을 주었다고 말하는 자혜학교 관계자는 "수년째 학교로 날아온 골프공은 셀 수 없이 많다"고 주장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그물을 하나 더 쳐달라는 자혜학교 주장은 말이 안 된다"며 "골프장 구조가 망을 더 칠 수가 없다"며 "전국 어디에도 그런 골프장은 없기에 정기적인 그물 보수 말고는 해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공이 나가는 이유는 우리도 계속 찾고 있지만, 여전히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수원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자혜학교 측으로부터 골프공과 관련한 어떠한 보고도 받은 적 없다”며 “골프장의 경우 사유재산으로 볼 수 있는 등 학교 측 피해사실이 확인되면, 지자체와 협력해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권선구청 관계자는 "지난 10일 A골프장을 방문해본 결과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진 못했다"며 "학생 안전을 위해 골프장에 그물망에 대한 전체적인 점검을 요구했지만, 명확한 근거가 없는 한 강제로 어떻게 하라 지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임태환 수습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