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두 (인천발전연구원 기후환경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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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전기를 석탄이나 석유에 비해 청정하다고 믿는다.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자동차에 대해서도 그 믿음이 다르지 않다. 전기를 에너지로 사용하면 온실가스와 배기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전기차를 무배출, 친환경, 저탄소자동차의 상징으로 받아들인다.

대기환경보전법은 전기자동차를 ‘제1종 저공해자동차’ 즉 ‘배기가스 무배출 차량’으로 규정하여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전기차의 시장진입을 활성화하기 위하여 국고 보조금을 대당 1.200만원을 지원한다. 지자체 역시 경쟁하듯 600~1,000만원까지 전기차 구입에 추가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운행 중인 전기차 역시 저렴한 전기 충전요금과 고속도로 통행료 5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대당 1,500만원 이상 지원해주지 않으면 전기차를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그렇다면, 전기차 한 대 팔릴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가 최소 1,500만원씩 지원하는 정책이 적절한 대처인가 따져봐야 한다. 또 언제까지 지속해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석탄화력발전소가 운영 중인 인천과 충남에서는 전기차가 온실가스 감축과 배기가스 관리의 근본적 수단일 수 없다고 지난 5년 동안 줄곧 주장해 왔다. 그 때문에 환경하는 사람 맞냐는 오해가 적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전기차를 둘러싼 우려를 입증하는 연구결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전제해야 할 것이 있다. 전기차는 어느 나라에서든 언제든 친환경이 아니라는 주장이 아니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가진 북유럽이나 미국 캘리포니아주와는 달리,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의 우리나라에서 전기차 대중화 및 보급지원정책은 신중하게 검토되고 설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의 대부분을 원자력과 석탄화력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통해 전기차를 구동한다는 딜레마를 안게 된다. 전기차 보급이 지나치리만큼 많아진 제주도의 전기 대부분이 내륙으로부터 해남과 진도발 해저케이블을 통해 공급되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따라서 우리나라처럼 전력생산의 40%를 석탄발전에 의존하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5% 미만인 국가에서 '전기차는 친환경차'라고 조건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에서 전기차가 친환경, 저탄소자동차가 되려면 최소한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언급한대로, 우리나라 전기가 재생에너지에 의해 생산되는 비율이 훨씬 높아져야 하고, 둘째, 전기차의 충전에 따른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 충전인프라 확충이 최소한의 경제성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전기차 운행뿐 아니라 생산과 폐기까지 고려해도 이산화탄소 배출이 더 적어져야 한다.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전기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9.12g로 내연기관차의 44.55g보다 많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넷째, 배터리 핵심원료인 코발트의 수급도 문제이거니와, 전기차 보급의 전진기지였던 제주도에서 벌써 배터리 수명단축에 따른 중고전기차 처리가 골칫거리가 되고 있듯, 배터리의 생산-사용-폐기과정 전반의 기술진보가 성숙단계에 도달해야 한다.

더불어, 저렴한 자기부담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보급지원이 에너지와 교통수요관리, 대중교통위주의 도시교통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살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 정비 및 부품산업, 주유소 등 연관산업의 전환프로그램과도 조화로운 정책설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시장에 진입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와 뒤이어 시장에 진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수소전기차 등을 함께 고려하며, 전기차 대중화 정책의 방향과 지원전략들이 현재 아니 지금 판매하는 전기차의 배터리가 골칫거리가 될 5년 정도의 가까운 미래에도 여전히 국내 환경에 걸맞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의 해법일 수 있을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전기자동차가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전제하기 전에, 전기자동차의 탄생부터 폐기까지의 전체 수명주기를 고려해야 한다"는 세르지오 마르키온네(피아트크라이슬러 CEO)의 얘기를 곱씹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