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물포럼] 디아스포라 
[제물포럼] 디아스포라 
  • 여승철
  • 승인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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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승철 문화체육부장
디아스포라(Diaspora)는 고대 그리스어에 '~너머'를 뜻하는 '디아(dia)'와 '씨를 뿌리다'를 뜻하는 '스페로(spero)'가 합성된 단어로, 이산(離散) 또는 파종(播種)을 의미한다.
본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이제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국에서 살아가는 공동체 집단 또는 그들의 거주지를 가리키는 '흩어진 사람들' 또는 '난민(難民)'을 가리키는 말이 됐다.
세계사적으로 유대인이나 아프리카인, 아르메니아인처럼 정치적 박해나 노예, 민족 학살 등의 사유로 삶의 터전을 떠나 타국에서 유랑생활을 하는 경우는 '피해자 디아스포라', 중국 화교처럼 교역을 목적으로 타국에서 거주하는 경우는 '교역 디아스포라', 인도인처럼 계약 노동자로 타국에서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경우는 '노동 디아스포라' 등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한국 역시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 사이에 상당한 규모의 디아스포라를 경험했다. 조선 말기의 혼란을 피해 1860년대부터 많은 수의 사람들이 연해주와 만주 일대로 이주했다. 1910년 한일합방 이후에는 단순히 경제적인 동기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동기를 가지고 해외로 이주하는 수가 늘어났는데, 일제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1920년대 연평균 대략 1만명이 국외로 이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1930년대 이후로는 일본의 해외 침략 등에 동원되어 강제로 이주된 사람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서, 1945년 해방 당시의 통계를 보면 공식적으로만 일본에 약 110만명, 만주 일대에 120만명이 이주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와 함께 새로운 희망을 찾아 미국을 비롯, 중동의 건설 기술자, 파독 광부와 간호사 등 기회의 땅으로 떠났던 60~80년대의 이민자들이 바로 '한국 디아스포라'의 역사였다. 현재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중국, 미국, 일본 동포를 비롯, 러시아 독립국가연합에 살고 있는 한국인 교포를 일컫는 '고려인' 등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이 700만명이 넘어 세계 4위의 디아스포라 규모로 보고되고 있다.
인천은 1883년 개항한 이래 근대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국제도시로 변모하면서 이미 다양한 디아스포라를 경험해왔다. 최초의 공식 이민으로 기록되는 하와이 이민의 출발지도 인천이다.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의 보관문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1903년부터 1905년까지 총 64회에 걸쳐 7400여명이 인천에서 태평앙을 건너 삶의 터전을 옮겨 갔다.

또한 한국전쟁의 발발과 분단으로 다시는 고향 땅을 밟을 수 없었던 실향민들이 전국의 광역도시중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인천이고, '또 다른 디아스포라'로 불리는 해외 입양의 상당수가 인천을 통해 이뤄졌다.
반면 최근에는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수많은 중국 조선족을 비롯한 '다문화 가정'으로 불리는 해외 이주민들이 인천의 공항과 항구를 통해 한국을 찾아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며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디아스포라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새롭게 발생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다.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일대에서 '디아스포라 영화제'가 열린다. 올해 여섯 번째를 맞는 이 영화제는 지난해 '환대의 시작'이라는 슬로건에 이어 올해는 환대와 연대를 뛰어넘어 공존하는 삶에 대한 성찰를 주제로 새로운 '화합의 공동체'로 디아스포라의 화합과 공존의 의미를 탐구하는 시간으로 마련된다.
올해 영화제는 디아스포라 워드와이드, 코리안 디아스포라 등 7개의 섹션으로 나눠 33개국에서 엄선한 장·단편 65편의 작품을 준비해서 이주민, 소수자, 문화다양성 등을 조명하는데 이중 23편이 이번 영화제를 통해 국내 최초로 상영된다.

'사람보다 우선할 가치는 없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른 재개발 등으로 '원하든 원치않든 삶의 터전을 떠나게 된 사람들', '희망에 부푼 가슴을 안고 이 땅에 첫 발을 내딛는 사람들'의 역사와 함께 하는 인천에서 열리는 디아스포라영화제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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