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이란 어떤 것을 미리 확보하기 위한 약속이다. 예약을 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사회발전은 기약할 수 없다. 나 하나의 위약(違約)이 전체를 흔들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나빠지면 어음 부도율이 많아지듯 예약부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사회질서가 서있지 않고 효율성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러니까 개인과 집단적 인간관계에서 신뢰가 실종됐다는 얘기이며 비문화적 시민임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한 단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전국 7대 도시 소비자와 소비자사업자를 대상으로 7개 서비스 부문의 예약문화 실태를 조사한 결과 예약취소나 예약부도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사전에 예약을 취소하지 않은 채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예약부도는 항공사의 경우 성수기에 16%, 비수기에는 20%나 된다고 한다. 그리고 병원 18%, 철도 14.9%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물론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만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치 않고 말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예약을 파기하는 것은 무책임의 소치임이 분명하다. 이처럼 예약취소나 부도율이 많다보니 사업자들이 실수요자 보호 및 예약부도로 인한 손실방지를 위해 초과예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엉뚱하게 약속을 이행하는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게되는 사례가 발생한다니 정말 딱한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약속을 잘 지키면 도리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불공정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앞선다. 한 사회를 지탱하는 신뢰가 무너지면 그 사회는 앞날이 암담해 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에 그렇다. 자기 편한대로 행동하는 이기주의가 빚은 폐단을 깨닫고 느껴야 한다. 무엇이 우리 정신세계를 이처럼 황폐하게 만들고 끝없는 갈등과 마찰을 우리사회에 만연케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사회를 지탱해 왔던 신뢰와 도의심은 어느새 빛이 바래고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어쩔수 없이 초래하는 부산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유가 어찌됐든 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편의 만을 염두에 둔다는 것은 사회적 배신행위가 된다. 이런 사회적 병리현상을 하루 빨리 추방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에 와 있다. 해이해진 사회기강과 공동체의식의 함양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