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취재 현장] 최남춘 경기 정경부 기자
2008년 경기 도내 지역주간지로 기자생활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만 3년6개월을 근무하면서 공무원과 식사자리를 가진 횟수가 기껏해야 3~4번 정도다. 이러한 기자의 출입처 및 취재원 관리에 어떤 이들은 "그렇게 출입처와 관계를 맺지 않고 어떻게 하느냐"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기자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다.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출입처와 친해지면 써야할 기사를 쓸 수 없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배운 게 '기사의 무서움'이다. 기사 지향점이 무엇인지 늘 스스로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이때문에 기사 작성에 있어서만큼은 아직도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혹시 기사 내용 중 잘못된 부분이 있어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닌지, 기사를 쓰는 도중에도 몇 번씩 확인한다. 보통 기사를 반드시 마감해야 하는 시점을 '데드라인'이라고 한다. 송고 시간을 넘기는 것은 '죽음'과도 같다는 뜻으로, 기자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시간이다. 데드라인을 넘기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사실 기사작성 시간이 긴 편이다. 고백하자면, 기자로서 수정에 수정을 거치다보니 작성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조사나 단어 하나 사용에도 민감한 편이다. 지역주간지 시절 선배에게 배운 이 두가지는 매체를 옮겨서도 늘 따라다닌다.

지난 3일자 인천일보 1면 '요동치는 민주당 안양시장 경선'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안양시장 경선 후보자의 뇌물수수에 대한 양심선언이었다. 양심선언자는 "문제가 생기면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도 했다. 기사가 나간 이후 안양 지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안양의 경우 시장후보 선출 방식을 놓고 변경이 잦으면서 한창 시끄러울 때 게재된 기사였고, 소위 '불난데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기사의 핵심은 '지역정가가 시끄럽다'였다. 이건 '누구의 편' 문제가 아니다. 안양 정가의 상황을 이야기 한 것이다. 하지만, 안양 시장 예비후보였던 최대호 후보 측이 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최 후보 측의 얘기는 '자신을 죽이기 위한 기획기사'라는 것이다. 사실 기자는 최 후보와 인연이 있다. 안양에서 지역기자로 근무할 당시 현직 시장이었다. 그는 안양을 떠난 기자에게 우연히 길에서 마주칠 때도 해맑게 웃으면서 "남춘이 왔어"라고 기억해주며 반갑게 맞아주곤 했다. 기자의 결혼식에도 참석해 축하해줬다. 개인적으로 그를 미워할 이유가 없다. 즉 최 후보의 주장처럼 '그를 죽이기 위한 기획기사'를 쓸 이유가 없다.

누구에게, 어느 한 쪽에게 피해를 주기위한 기사를 쓰지 않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기자도 사람이기에 의도치 않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이야기를 해달라.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게 용기라는 말처럼 겸허히 받아들일 자세가 돼 있다. 분명한 것은 기자는 기사를 써야할 때는 써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 기자생활을 시작했던 그 마음은 변치 않았고, 지금까지 그렇게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