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선 지원' 정책까지 앞세워
"비혼출산 배제·추세 어긋나" 지적
▲ 8일 인천 남동구 시청 공감회의실에서 유정복 시장이 인천시 결혼친화도시 추진계획 발표를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전국 최초 결혼친화도시'를 선언한 인천시가 "결혼해야 애를 낳는다"며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쏟아냈다.

비혼 출산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부와 달리 '결혼=출산'을 등식화했고, 미혼 남녀들의 만남을 주선한다는 '관제 맞선' 발상까지 나왔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한 젊은이들에게 결혼·출산에 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확산시키고 미혼 남녀들의 만남부터 결혼, 주택 마련까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유 시장이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최초"라며 소개한 '결혼친화도시 정책'은 만남과 결혼, 출산을 단계적으로 배열한 사업들로 채워졌다.

결혼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학생 교육에서 출발해 공무원과 지역 기업체가 참여하는 '미혼 남녀 인연 만들기' 행사를 열고, 신혼부부들에게 전월세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식이다.

인천시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 '결혼해야 애를 낳지'라는 제목까지 붙였다.

비혼 출산에 대한 고려 없이 이른바 '정상가족'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접근한 것이다.

결혼을 당위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추세에도 어긋난다.

류부영 인천여성회 사무처장은 "남녀가 결혼해서 이루는 정상가족의 출산만 응원한다는 발상이 깔려 있다"며 "다양화한 가족 형태는 고민하지 않은 채 가부장제 틀 안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행정"이라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의 해법으로 결혼을 장려한 인천시와 달리 정부는 비혼 출산에도 주목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비혼모들이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도록 국가가 도와야 한다. 한부모 가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도 최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개선 과제'를 통해 '법률혼'만을 전제로 한 정책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이번 결혼친화도시 정책에선 지원금을 앞세운 '선심성 사업'도 되풀이됐다.

시는 미혼 남녀 만남 행사에서 성사된 커플에게 데이트 비용 20만원, 예식비 100만원을 주겠다고 했다.

신혼부부에겐 전월세 대출금을 연간 최대 10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필요한 올해 예산 76억원은 지방선거 이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련한다는 계획만 내놨다.

시 관계자는 "미혼모·한부모 가정 지원은 여성 정책을 통해 이미 시행하고 있다. 8대 시의회가 개원하면 하반기 추경에 예산을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mlee@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