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민 할아버지 85세에 공인 6단…"감기나 큰 병 모르고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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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얍얍얍얍!".

지난 달 24일 인천 중구 율목동 자치센터에서 여기저기서 기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날은 60대부터 80대 이르는 어르신들이 태권도를 배우는 날이다. 머리가 희끗한 어르신들이 도복을 입고, 구령에 맞춰 허공으로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 가운데 이단 옆차기를 선보이는 한 할아버지가 눈에 띄었다. 그 주인공은 은퇴 후 태권도와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한 김병민(85) 할아버지였다.

김 할아버지는 60세 때 퇴직을 한 이후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태권도 공인 6단을 취득하면서 신바람 나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는 "태권도를 시작하면서 감기나 큰 병을 앓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며 "6단을 따면서 모든 일에 자신감도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는 젊은 친구들과 겨루기 대결에서도 결코 지지 않는다. 오히려 필사적으로 겨루기에 임하기 때문에 다른 이들은 김 할아버지를 '황소'라고 부를 정도다. 김 할아버지가 뻗는 주먹과 발끝은 단단했다.

김 할아버지의 실력이 널리 퍼지자 그를 찾는 곳이 많아졌다. 그는 작년에 인천 월미도에서 열린 구청장배 태권도 대회 개회식에서도 멋지게 태권도 기술을 뽐내 참가자들로부터 큰 격려를 받았다.

또 다른 어르신들도 자신처럼 태권도를 통해 건강을 지키고, 활기찬 삶을 살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서 실버 태권도와 같은 주민자치 프로그램이 다른 지역에도 더 많이 생기길 희망했다.

김 할아버지는 "처음 태권도를 시작했을 때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아 유치원 어린이들과 수업을 같이 들었다"며 "어르신들이 태권도나 다른 운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할아버지의 가장 큰 희망은 무병장수다. 그는 "태권도는 운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지금처럼 아프지 않고 오랫동안 태권도를 할 수 있으면 가장 좋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