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된 강화 석모3리 '구란농악' 마을잔치서 발표회
퇴임 후 귀향한 차동섭씨 지도에
어르신들 10여명 명맥 잇기 나서





인천 강화도 석모3리 '구란마을' 주민들이 30년 가까이 명맥이 끊겼던 '구란농악'을 복원, 지난달 28일 마을의 진달래잔치에서 발표회를 가졌다.

구란마을 주민들은 90년대 초까지 마을에서 정월대보름의 지신밟기나 김매기 때 행해지던 농악이 농악대를 구성하는 대원들이 사망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하면서 중단된 농악을 되살리기로 뜻을 모으고 지난해 11월부터 매주 한차례씩 마을회관에 모여 연습을 시작했다.

구란농악은 씨뿌리기부터 김매기, 콩 심기, 새참, 벼베기, 볏가마쌓기 등 농사풀이로 구성되는데 장구보다는 북 위주로 농악대를 편성하고 소고놀이에 어울리는 가락이 중심이 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농악대는 50~70대의 주민 10여명이 상쇠를 비롯하여 북, 장구, 꽹과리, 태평소, 소고 등의 농악 '잽이' 지도는 이 마을 출신으로 공직생활을 하다 시흥시청에서 정년 퇴임한 뒤 고향마을로 돌아온 차동섭씨가 맡았다.

차씨는 "어릴 때부터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농악을 하며 보고 익힌게 남아있어서 마을 주민들에게 가르쳐서 다시 재현하게 됐다"며 "농사만 짓던 분들이라 손이 굳어서 애로사항이 많았지만 농악대원 모두 사라진 마을농악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따라줬다"고 말했다.

마을 형태가 거북이 알처럼 생겨 구란마을로 불린 이 마을은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농경지에서 강화쌀의 30%를 생산하고 있으며 쌀로 빚은 막걸리와 주변의 박석(薄石)이 유명하다. 237명의 주민들 가운데 60세 이상이 118명으로 전체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 마을의 문윤순 할머니는 "어렸을 때 상모돌리기를 하면서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며 "농악은 음력 1월1일부터 정월대보름까지 계속 이어졌다"고 말했다.

농악대 재구성을 앞장서 주도한 고찬기 마을공동체만들기 사무장은 "주민들이 마을문화의 보존의 중요성을 깨닫고 구란농악을 부활하는데는 인천시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며 "이번 발표회를 계기로 앞으로 강화군민의날이나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구란농악이 참가해 기량을 뽐내고 싶다"고 말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