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민주당 함승희, 자민련 배기선, 한나라당 김원웅 의원과 함께 일본 동경지방재판소 민사제9부(재판장·하기오)에 역사왜곡교과서를 발간한 후쇼사를 상대로 `출판물제작배포 가처분신청""을 내 3차례의 재판이 열렸고 이제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필자는 재판이 진행되는 도중 동경에서 왜곡교과서의 채택저지운동을 지휘하고 있는 일본시민단체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의 다와라 요시후미 사무국장과 평화센터 관계자들, 민주당 요꼬미찌 부대표를 비롯한 야당의원들을 만났다.
 이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는 일본정부나 일부 우익단체의 목소리를 전하는 매스컴만을 보고 일본전체 국민을 판단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우리는 일본을 잘 모른다. 많은 정치인들이 한일의원연맹을 통해 일본정치인과 접촉했지만 고이즈미를 알아본 정치인은 없었다. 고이즈미는 한국을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고 한국인 친구도 없이 영국에서 공부해 영미위주의 사고가 형성된 사람이다.
 이에 비해 다나카 가쿠에이 수상의 딸인 다나카 마끼꼬 외상은 중국에서 공부했고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시아를 중시하는 생각이 남아있다. 그래서 부시의 MD정책이나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반대했던 것이다.
 광복 46주년이다. 연례행사처럼 계속되는 역사왜곡, 일본정치인들의 망언과 규탄, 사과, 한일감정대립 등의 악순환을 해결하는 방법은 이제 우리들 속에서 찾아야 한다.
 10년 장기불황의 탈출구로 제기되는 폐쇄적이고 불안한 고이즈미 열풍을 보고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고이즈미 총리에 대한 80% 지지는 일본국민의 불안의 표현이며 거품에 불과하다.
 그러면 미국 부시와 일본 고이즈미 MD체제의 탈아적 대륙세력과 최근 중국 장쩌민과 러시아 푸틴의 공조에 북한 김정일이 결합한 3각체제 과정에서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우리는 미일과 중·러시아에 전략적 모호성과 탄력성을 갖고 남북간 화해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일본과 문제가 생길수록 더욱 문을 열어 일본을 분석하고 장단점을 파악, 활용해야 한다.
 수출이 늘어날 수록 대일수입이 늘어나는 구조적 한계를 탈피하기 위해 역설적으로 일본 부품소재산업의 직접투자를 더 많이 유치해야 하고 국제적 전방위 외교를 통해 유엔의 압력도 강화해야 한다.
 일본 지식인과 양심적인 시민단체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이들에게 격려편지 한장이라도 써주는 참여연대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안일하고 감정적인 위정척사파적 반일논리는 현 국면을 타개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