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이다. 24절기의 이름이 정해질때 중국의 황하지역 기후를 따랐다고 했듯 이맘때 화북지방에서는 큰 눈이 내린다고 한다. 이미 처음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소설도 보름이나 지났으니 눈의 계절도 퍽 깊어진 셈이다. 눈 내리기가 무척이나 힘든 해가 있고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이 있는데 올 겨울은 벌써 몇번씩 많은 눈이 내렸다. 일전에도 금강산 관광길이 눈으로 인해 하루를 선상에서 지내야 했다고 전해진다.

 눈은 일종의 얼음이나 분명히 얼음과는 구분되며 겨울의 상징은 역시 눈이다. 얼음은 여름에도 얼마든지 만들어 낼수 있으며 열대에 사는 사람들도 얼음은 볼수 있지만 눈은 생전 구경 못하고 산다. 여러해 전 월남의 보트 피플이 찾아들던 겨울 눈이 오던날 신문지면을 꾸미기 위해 난민가족을 자유공원에 불러 냈더니 눈을 맞으며 즐거워하던 모습이 기억된다. 생전 처음 보는 눈이 신기해 잠시나마 난민의 시름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비해 눈속에 나서 눈속에서 살아가는 에스키모인들에게 통칭적인 눈의 개념은 별 의미가 없다. 생활환경 모두가 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있어 눈의 모양과 형태에 따라 다르게 불리우는 20여개의 낱말은 있으나 「눈」이란 단어는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몹씨 추운날 낱개로 흩어져 내리는 눈을 싸라기눈 이라고 하고 비교적 날씨가 푸근할때 덩어리지어 내리는 눈을 함박눈이라고 한다.

 눈은 언뜻 보기에는 그저 흰가루 같지만 자세히 보거나 현미경을 통해 보면 육방향의 결정체임을 쉽게 알수 있다. 추운날 유리창에 얼어붙은 성에도 형태 만큼은 반드시 육각형이다. 그래서 눈을 한자로는 六花 六出公 六波라고 한다. 玉塵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달아주기도 한다.

 옛글 「춘추」에서 눈이 내려 한자 이상 쌓이면 이를 대설이라 한다고 했다. 오늘이 바로 대설-눈 예보가 있긴 하나 반드시 그런 날은 아니다. 다만 이날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했다. 그러고 보면 올 겨울도 복판에 이르렀다. 한 보름 지나면 동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