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시민의 발 책임 … "첫 열차 마주한 순간 생생"
▲ 1호선 개통 초기 멤버로 인천교통공사와의 인연을 맺은 박필호 관제사는 철도 차량의 원활한 운행을 살피고 철도 사고 상황을 보고하는 등 인천 철도 운행의 중심에 서 있다. /양진수 기자 photosmith@incheonilbo.com

1998년 인천교통공사에 첫발
1999년 1호선~2016년 2호선
철도 개통할 때마다 업무담당
"후배에게 노하우 물려줘야죠"



1999년 10월6일. 우렁찬 경적소리와 함께 마침내 인천에도 지하철시대가 열렸다. 계양구 귤현에서 연수구 동막까지 남북을 가로지르는 인천도시철도 1호선은 개통 첫날에만 17만명을 실어 날랐다. 북적거리는 역사와 달리 지하철공사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박필호(60) 관제사는 매의 눈으로 부지런히 시민의 안전을 쫓았다. 1998년 인천지하철공사로 출발한 인천교통공사는 어느덧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1호선 개통 초기 멤버로 교통공사와의 인연을 맺은 그도 20년간 인천시민의 발을 책임지고 있다.


▲인천교통공사와의 '첫 만남'
박필호 2호선 운영관제팀장은 인천지하철 1호선 개통보다 1년여 앞선 1998년 3월 회사에 발을 들였다. 서울교통공사 공채 1기로 철도 인생을 시작한 그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1호선 개통 업무 준비단 초기 멤버로 활동했다. 아직까지도 첫 열차를 마주한 순간이 생생하다.
"1999년 2월쯤이었죠. 대우중공업에서 열차를 처음으로 들여왔어요. 당시 인천에는 도시철도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상태였거든요. 아직 영업 준비가 되지 않은 시기라 먼지도 많고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 개통 준비를 했던 기억이 나요. 인천도시철도에 대한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했죠."
그동안 그가 갈고닦았던 운영 노하우는 도시철도에 대한 많은 경험이 없던 인천교통공사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철도 차량의 원활한 운행을 살피고 철도 사고 발생 시 사고 복구와 긴급조치 등의 상황을 보고하고 전파했다. 인천 철도 운행의 중심에 섰다.

▲관제사로 걸어온 '20년'
철도 개통이 임박하면 박필호 관제사의 움직임도 분주해진다. 개통 전문가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다. 1999년 1호선, 2012년 의정부경전철, 2016년 영종도 자기부상철도와 2호선 개통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희한하게 철도 개통 때마다 그 업무를 맡게 되더라고요. 아무래도 관제사로 경력이 있다 보니 공사에서 믿어주는 것 같아요. 제가 개통을 책임졌던 철도들이 지역 곳곳을 누비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롭죠."
철도 개통부터 15년 이상 인천도시철도 1호선의 안전을 지켜 온 박필호 관제사는 2016년 개통과 함께 2호선 관제소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인운행시스템으로 운영되는만큼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1호선이 아날로그 시스템이라면 2호선은 디지털 시스템이에요. 쉽게 말하면 1호선은 집 전화기, 2호선은 스마트폰인 셈이죠. 그렇다 보니 2호선 관제가 더 까다로워요. 난이도 또한 높고요. 유인 시스템은 장애가 발생하면 사람이 바로 개입해 조치되지만 2호선은 그렇지 않죠. 시민분들도 개통 초기에는 많이 불편하셨을 거예요. 지금은 상당히 많은 부분이 안정화됐습니다."
20년의 세월과 함께 기억에 남는 일들도 많다.
"관제에서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시민들의 안전을 살피거든요. 한 번은 어린아이와 엄마가 함께 열차에 오르지 못한 경우가 있었어요. 이거 큰일났다 싶었죠. 바로 상황을 알리고 수소문해 보호자에게 아이를 안전하게 인계해줬어요. 뿐만 아니죠. 승객이 부상을 입었을 때도 관제소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미처 파악하지 못한 사고를 살피고 시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해요. 관제소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바짝 긴장하고 있죠."

▲인천의 철도…'이제는 해외로'
그의 애사심은 남다르다. 20년간 국내 경전철과 중전철, 자기부상열차를 운영하고 있는 인천교통공사가 이제는 해외로 진출할 때가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 모든 종류의 열차를 운영해 본 기관은 인천교통공사가 거의 유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운영을 기반으로 해서 국내 운영뿐 아니라 이제는 해외도 나가야 하지 않나 싶어요. 충분히 해외에서도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와 인력, 기술력이 축적됐거든요. 해외 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교통공사의 역량이나 전체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여 나가야 하죠."
후배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저희보다 후배들이 더 좋은 관제사로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오래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잘 물려줘야죠. 틈틈이 같이 차 한잔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관제 업무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업무거든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36년의 철도 인생, 가족이란 종착지
1982년부터 시작한 철도 인생이 마무리 단계에 왔다고 했다. 자그마치 36년의 세월이다. 정년을 앞둔 그는 시민과 함께한 철도 여행을 마치고 가족과의 여행을 꿈꾸고 있다.
"철도에서 시작했고 철도에서 끝나는 것 같아요. 36년동안 이 자리에서 제가 근무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들의 따뜻한 애정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거든요. 그동안 300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졌다면 이제는 가족들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고 싶어요."

/곽안나 기자 lucete237@incheonilbo.com



▲철도교통관제사란?
철도교통관제사는 관제센터에서 관제설비를 이용해 담당 선로를 운행하는 모든 열차를 제어하고 감시·통제하는 업무를 한다. 아울러 열차 운행 선로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고나 장애의 복구, 대응 조치도 맡는다. 유지 보수를 위해 작업 구간의 열차를 통제해 원활한 열차 운행을 돕는 것도 철도관제사의 역할이다. 모든 철도와 관련된 종합적인 제반 사항들을 관리하는 가장 중추적인 위치다.

▲인천교통공사 창립 20주년
인천교통공사는 1998년 4월15일 인천지하철공사로 출범했다. 이듬해 인천도시철도 1호선이 개통됐다. 2009년에는 인천지하철 1호선 송도 연장 구간 6개 역이 추가로 개통됐으며 회사 이름은 '인천메트로'로 변경됐다. 2011년에는 인천버스터미널 운영 기관인 인천교통공사와 통합, 도시철도와 버스를 아우르는 종합교통운영기관으로 발돋움했다.
현재는 청라~강서 간선 급행버스(BRT), 청라~가정 유도고속차량(GRT) 등 첨단 교통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3월31일 현재 지하철 누적 수송 인원은 1999년 10월 개통한 1호선이 15억1399만6855명, 2016년 7월 개통한 2호선이 8142만3557명 등 총 15억9542만412명이다.
편리한 교통문화를 변화도 꾀했다. 2009년 인천버스와 서울·경기버스, 수도권도시철도 통합 환승할인제도를 도입했다. 같은 해 종이승차권을 완전히 폐지하고 후불 교통카드 제도를 운용했다.
더 나은 철도 운영을 위한 개선 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지속적인 안전 관리와 서비스를 개선해 시민의 행복을 높이는 동시에 열린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실현, 시민참여와 사회적 책임을 강화할 방침이다. 또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해외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등 미래 성장 동력원 발굴에 힘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