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정치인은 존경을 받지 못하는 집단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날도 그렇다. 혐오와 불신은 정치를 향한 시민 인식의 키워드다.
그렇다면 '정치란 본디 그런 것'일까. 물론 아니다. 현실과 거리는 멀지만 관련 담론은 높고 거룩하다. 공자 왈 "정치(政治)는 바르게 하는 것"이라 했다. 정치학계 행태주의 혁명을 이끈 데이비드 이스턴은 "사회적 자원의 권위적 배분"이라 설파했다. 심지어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정의로운 사회는 교회 아닌 정치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했다.

허다한 담론을 종합하면 정치란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사회를 조화롭게 만드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니 정치는 행정과 맞서 우위를 점한다. 기계적 행정에 탄력과 유연성을 보탠다. 시민과 공공영역을 잇는 가교노릇도 정치 몫이다.
하나, 이는 이론 영역일 뿐이다. 정치에 대한 불신은 임계점에 이른 형국이다. 무대가 중앙이든 지방이든 그렇다. 정치 영역 정점에 올랐던 두 정치인, 박근혜와 이명박이 구속되면서 혐오는 거리마다 차고 넘친다. 이런 상황을 정치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틈만 나면 반성문을 내놓는다. 권력에 취했다, 국민보다 정치인이 먼저였다, 정치를 위한 정치다 등 화려한 레토릭(rhetoric)을 늘어놓는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지만 내 얘기 아닌 남의 얘기다. 그러니 하나마나 말잔치일 뿐 달라지는 건 없다.

안철수가 정계입문 전 낸 책 '안철수, 경영의 원칙'이란 책을 훑어 봤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정치가 없는 것 같다"고 썼다. '정치'와 '전쟁'의 차이에 대해서도 풀었다. 둘 다 적과 싸우는 건 같은데, 전쟁은 적을 믿으면 안 되지만 정치는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 볼 때 '정치는 없다'는 논리다. 수많은 청년들의 희망이자 롤 모델, 멘토였던 시절이다.
이후 안철수는 그 '없다'는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2011년 일이다. 아마도 '없다'고 했던 것을 있게 만들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후 행보는 어지럽다. 서울시장 출마 선언 뒤 철수(撤收),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국민의당 창당과 당대표, 19대 대선 출마, 바른미래당 창당에 이어 다시 서울시장에 출마한다. 화려하되 어지러운 그의 정치행보가 과연 '적'을 믿기 때문일까? 문득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