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이 쓰고, 그리움이 찍다
▲ 최병관 지음, 최병관 사진, 한울, 256쪽, 2만9000원
DMZ 사진작가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최병관 작가의 시와 사진으로 엮은 에세이 집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건>이 출간됐다. 최병관 작가는 지난 2월1일부터 24일까지 강릉시립미술관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념 초대전'을 가졌는데 'DMZ, 전쟁이 남긴 평화생명의 땅'을 주제로 46점을 선보였다.

'시와 사진의 속삭임'이라는 부제가 붙은 최 작가의 이번 에세이 집은 전작인 <어머니의 실크로드>에서 나타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휴전선 155마일 450일간의 일기>에서 드러난 아픔을 한층 더 감성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대부분 자연 속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그때그때의 느낌을 사진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 할 때마다 시를 써 왔다. 그래서 그의 시와 사진에는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그 궁금증을 따라가 하나하나 펼쳐 보면 그 해결되지 않는 마음 모두가 '그리움'을 향해 있음을 알수 있다.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다는 것', 그 축복같은 상실이 사진으로 또 시로 이끈 셈이다. 작가가 그리움을 쫓아 헤맨 시절과 마주할 수 있는 시어(詩語) 속 세상을 만날수 있다.


그리워하면서도 만날 수 없다는 건
불행이 아닙니다.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그리워할 사람이 있다는 건'


저자는 사진가이며 시인이다. 인천 남동구 산뒤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라져가는 고향 풍경을 사진과 글로 남기고 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 만인 1997~1998년까지 휴전선 155마일 서쪽 끝 말도부터 동쪽 끝 해금강까지 GOP 군부대에서 숙식하며 동서로 세 번을 횡단해 사진 작업을 했다. 그 사진들로 2010년 유엔본부에서 '한국의 비무장지대 평화와 생명을 찾아서'라는 개인전을 열었으며, 사진책을 출간해 유엔 192개 나라에 증정한 일로 국내외적 관심을 받았다. 2000~2003년까지는 전쟁으로 끊어진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 비무장지대에서 사진 작업을 했고, 2015년 통일의 길 경의선 사진책을 출간했다.

2004년 일본 동경사진미술관, 2004년 일본 아오모리미술관, 2005년 미국 하와이시립미술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초청전 등 국내외 43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20권의 사진 책과 3권의 포토 에세이, 3권의 시집, 1권의 어린이 책을 출간했다.

그중 <어머니의 실크로드>(한울 2014), <휴전선 155마일 450일간의 일기>(한울 2012)는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선정됐으며, <울지 마 꽃들아>(보림 2009)는 좋은 어린이 책으로 선정됐다. 1999년 대통령표장, 2002년 인천광역시문화상, 2003년 자랑스런 논현인상, 2004년 외교통상부장관표창, 2005년 인천환경인대상, 2017년 DMZ문화대상을 받았다.

최 작가는 "그동안 나를 시인이라고 부를 때마다 솔직히 거북하고 부끄러웠다. 하지만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을 때나 사진과 시가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이 들 때 시를 써온 것들을 묶어 이번에 출간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