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돋은 떡잎이 두잎사귀 살찌더니/간밤새에 넝쿨 뻗어 사립문에 얽혔네/평생에 아니 심을건 맛좋은 수박/탐을 내는 아전놈들에게 책잡힐까 걱정이니""-경상도 장기지방의 여름풍경을 읊은 정약용의 시 `장기농가"" 한절이다. 장기는 지금의 경북 영일군의 옛 이름인데 아전들 등살에 시름하던 농민들의 곤경이 그려져 있다. 그때도 수박은 귀한 식품이었던듯 하다.
 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이며 기원은 2천5백~3천만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재배는 4천년전쯤으로 이집트에서인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중동으로 건너가 동서로 나뉘어서 세계로 번졌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서역에서 왔다고 하여 서과라고도 하거니와 우리나라에는 고려때 나라를 배반하고 몽고에 귀화한 홍다구가 처음 개성에 재배했다고 한다.
 때문인가. 지금도 아프리카 각지에서는 수박재배가 성하여 갈증의 주민들에게 인기이다. 개중엔 야생종에 가까운 수박도 보이는데 하얀 과육에 탄력이 있으며 단맛은 떨어지나 담백하다고 한다. 약간 쓴데다 떫은 맛은 있어도 수분이 풍부하여 사반나를 여행중 목을 추기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수박은 신경을 안정시키고 갈증을 풀어주며 더위를 가시게 해준다고 해서 참외와 함께 여름 과일로 꼽힌다. 특히 성분은 91%의 수분과 나머지가 당분인데 체내에 쉽게 흡수되어 피로회복에 도움을 주고 이뇨작용으로 신장병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소비가 감소되는 경향이라는데 그 이유는 이러하다. ①크고 무겁다 ②냉장고에 들어가지 않는다 ③수박 말고도 여러가지 과일이 흔하다 ④온실재배로 사철 먹을 수 있어 여름과일이라는 계절감이 희박하다. 그래서 각가지 개량종을 만들어 내느라 더 빨갛고 달며 껍질이 얇은 작은 수박이 나오고 우리나라의 우장춘 박사는 씨없는 수박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래도 아무려면 여름철 수박의 지위가 어디로 가나. 시장이나 축제장에 나온 수박산더미를 보면 실감이 간다. 요즘 웬만한 음식점에서 후식으로 수박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