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하원의원 25명 정도가 의사당 사무실을 집 삼아 생활한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이들은 의회사무실 간이침대에서 잠을 자고, 세수는 체육관에서, 끼니는 패스트푸드로 때운다고 한다.
 워싱턴에서의 의회활동과 고향에서의 이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런 생활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미국의 의원들도 `세비(歲費)""만으로 의정활동을 하기 힘든 여건인 모양이다.
 국회의원들은 월 6백75만원 정도를 의원활동 수당으로 받는다. 여기에서 세금과 당비를 비롯한 각종 부담금을 납부하면 실제 받는 세비는 5백만원에 못미친다. 의원활동의 중요한 비중을 갖는 지구당 활동 소요경비 월 1천만∼2천만원도 여기서 충당해야 하니 자연히 후원회 활동이 강조된다.
 비현실적인 세비인상이라도 꺼내면 국민여론은 `하는 일이 뭐있냐""고 들끓는다. 의원들에게는 입법 등 의정활동, 정책개발, 지역구 유권자 접촉 등에 소요되는 다양한 비용을 충당할 방안이 큰 어려움이다. 상황이 이러니 국회의원은 반드시 재력가들의 몫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국가에서 월급이 나오는 보좌진 6명중 비서·기사를 뺀 4명으로 거대한 행정부의 예산낭비·졸속정책 등을 감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언론에 국회 소식이 요란한 만큼 예산도 흡족할 것 같지만 알고보면 `속빈 강정""이다. 작년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국회의 1년 예산은 국가 행정예산 총계의 0.13%에 불과하다. 비교해서 살펴보면 연간 전체 예산은 국무총리실 예산대비 34%, 국가정보원의 84%, 대법원의 50%에 그치고 있으니 그 규모가 짐작된다.
 자유당 시절 국회의원들은 공권력과 폭력배들에 의해 등원버스 채로 김밥처럼 실려다니며 `발췌개헌안""을 억지 통과시켜야 했으며, 군사정권 시절은 각종 위수령과 포고령 등에 고개를 숙여야 했던 것처럼 허약한 국회의 모습이 다른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이제 폭력에 대해서는 숨통이 트일만 하니, 예산에 정책개발이 가로막히고 의정활동이 제한되는 꼴이다. 더구나 권위주의 시절의 관행도 그대로 남아 국회에 민원인이 찾아와도 앞문으로는 `출입금지""되고 지하 후문으로 출입을 해야 한다. 이러니 정치가 친숙해지지 않고, 깨끗한 정치가 어려워진다.
 국가행정예산 총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예산규모, 과거 폭압정권 속에서 고착된 운영방식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 우리 입법기관의 현실이라면 이를 변화시킬 것은 우리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