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하나로 … 웃음꽃 피고, 경제도 핀다
▲ 김정대 군포 대야미마을협동조합 이사장이 대야미역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마을 원료 사용하는 반찬가게서 '방과 후 돌봄교실'로 시작
자발적 참여 이어져 자전거·도시농부 등 다양한 그룹 생성
재정기반 위한 지역화폐·장터 준비 … "토박이 목소리 반영"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공동체가 붕괴된 현대사회에서 정을 나누며 공동체를 꾸려가는 마을이 있다. 바로 군포에 위치한 대야미마을이다. 대야미마을은 1기 신도심인 산본과 안산의 중간에 자리잡은 도농 복합지역으로, 저마다의 사연으로 이사를 왔지만 한번오고나면 떠나고싶지않은 곳이다. 그 사람들이 모여 2013년 '대야미 마을협동조합'을 만들였다. 마을안에서 좋은 프로그램도 만들고, 공동 공간에서 밥상 나눔도 하고 아이들을 같이 키우고 어울려 살아가고 싶은 마음들이 모인 결과다.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겪어 오면서 힘든 일도 많았지만 조금씩 마을 안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자는 그 마음은 변하지 않은 채 오늘도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대 대야미 마을협동조합 이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기, 놀고 배우고 생활하는 마을 공동체

자녀의 교육에 남다른 뜻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 서로의 자녀를 공동으로 돌보고 있던 엄마들, 대안학교를 위해 애쓰던 사람, 미술작업실을 개방하고 사람들을 모아 함께 전시하고 작업하는 일을 하던 사람들이 서로의 재능과 노력으로 마을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하고자 뜻을 모았다.

그러면서 기존과는 다른 진보적인 교육에 관심이 많은 학부모들이 점차 대야미 지역으로 모이기 시작하면서 학부모 모임과 공동육아 소모임이 생겨났다.

이같은 저마다의 생각이 모여 자연스럽게 더 큰 공동체를 꿈꿨고 2013년부터 1년간 준비 끝에 대야미마을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둔대초등학교의 방과 후 돌봄 교실을 지원하기위한 터전도 마련했다. 터전의 이름은 '꿀참나무.' 재능이 있는 조합원들의 참여로 여러 가지 수업이 열린다.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배우고 싶거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소모임을 갖는다.

꿀참나무는 아이들을 위한 돌봄 교실이지만 반찬가게이기도 했다.
반찬가게의 반찬은 마을에서 나는 원료로 만들고 마을에서 나지 않는 것은 생산지와 생산방법을 확인하고 구매해 만든다. 둔대 초등학교의 방과 후 돌봄 교실의 아이들 저녁간식을 지원하고, 조합원들에게 한 달 기준으로 반찬을 예약 판매한다.

이같은 반찬사업은 나눔 활동에 기초가 됐다. 세월호 사건이 있은 후 마을 사람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고민했고, 곧 세월호 생환자들을 위한 반찬 후원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을 위한 도움은 곳곳에서 이어졌지만 그에 비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생환자들을 위한 지원은 부족했기 때문이다. 총 24회 반찬 후원을 진행하며 그해 가을에는 김장을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후원으로 인해 재정도 부족하고 마음은 고됐지만 한결같았다.

"봉사할 인원을 모집하면 한 번에 열 두 분 정도씩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셨어요. 반찬 후원을 하면서 우리 마을 사람들이 더 끈끈해졌죠. '내 주변에 좋은 마음을 가지고 행동하는 많은 동네사람들이 있구나'라는 생각에 힘든 줄도 몰랐어요."

그 사이 기존까지 고작 8평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마을 사랑방은 지금의 '마을 뜨락'으로 확대이전을 거쳤다. 경기도 따복공동체에서 공간지원사업에 당선돼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간 마을 사람들은 점차 많이 모이고, 다양한 활동들이 이뤄지는데 그에 비해 사랑방이 너무 작아 늘 고민이었습니다. 사랑방에는 가게도 같이 운영돼 사람들이 공간을 활용하기도 어려웠죠. 뜨락은 단순한 공간에만 머무는게 아니라 사람들이 편하게 일상적으로 만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2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 배우기

그간 대야미마을협동조합은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보다는 즐겁고 행복할 때가 더 많았다. 가장 달라진 것은 이웃이 생겼다는 점이다. 이제 이웃 중 누군가가 반려견을 잃어버리면 다들 내 일인 것처럼 나서서 찾아주고, 이웃에 상을 당하면 모두 한마음으로 가서 위로해준다.
"여기서는 마음으로 나누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요. 우리나라에 있었던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이웃이 사촌보다 가깝게 느껴지죠."

둔대초등학교 어머니회에서 바느질 선생님이 필요하다는 말에 마을 내에 운영되고 있던 바느질 모임에 불러 같이 모임을 지속하기도 한다. 벌써 4년차 바느질모임을 하면서 수준급실력을 자랑하는 어머니들은 학교 방과후수업에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마을과 마을 내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넘어서도 도움이 이어진다. 인근에 있는 모 고등학교에 아침을 거르는 아이들이 많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 달에 한번 아침밥을 전달한다. 새벽부터 밥을 해서 나눠야 하는 일이지만 밥을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을 보면 고생을 사서해도 뿌듯하다고 한다.

기존의 지식위주의 교육보다는 체험 위주의 교육, 정서 위주의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녀와 같은 마음이었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부부모임을 같이 했다.

2015년에는 '민관이 함께하는 도시농부학교'와 '오만가지 즐거운 꿈의 학교'등의 교육 사업을 해나가며 마을 아이들을 가르치고, 어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자전거교실·수리산별밤지기 교실·달빛농부 등을 통해 아이들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저희는 이 주변 마을 여건과 어울리는 수업, 아이들의 발달단계에 어울리는 수업을 중점적으로 해요. 그리고 이러한 수업에 좋은 경험을 가진 어른들과 아이들을 도와주는 이모, 삼촌들도 참여하죠. 그래서 마을공동체를 단단히 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마을이 협동조합, 먹거리를 만들고 먹는 곳, 놀이터, 아이들의 교육장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터전 등 복합적인 공간으로 성장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3기, 다시 지역으로 공동체로

협동조합은 최근 정기총회를 열어 '조합이 조합답게', '지역 토박이와 공공주택단지에 대한 중심축 변화', '공동체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다양한 성과를 내왔습니다. 이미 술 담그는 동아리가 마을기업으로 바뀌었고, 논밭을 잘 가꾸기 위해 만든 도시농부도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올해는 2기의 핵심인 교육공동체가 홀로 설 수 있을 정도로 영향력도 커졌죠. 이처럼 조금씩 커지는 분야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해 서로 연계하죠. 연계체가 늘어나면 시너지도 있습니다."

조합의 주축인 조합원을 위한 고민에 중점을 두고 있다. 뿌리가 흔들리면 나무가 쓰러질 수 있다는 조합원들의 우려가 컸다. 이를 위해 안정적인 재정기반 마련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노력한다. 지역 화폐에 대한 고민도 여기서 출발했다. 로컬푸드를 위한 직거래장터도 조금씩 준비중이다.

"마을협동조합은 늘 재정적인 문제가 따라와요. 그런데 누구도 큰 돈을 내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마련해야 하고 그 일환으로 마을기업은 반드시 필요해요. 주변 상권과 경쟁하는 게 아니라 상생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죠. 그들도 조합원이고, 이웃이에요. 고민 중에 나온 방안이 지역화폐 발행이에요.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겠지만 기본적인 취지는 가치 있는 일을 하기 위해, 혼자가 아닌 우리를 위해 하자는 겁니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운영되면 마을에 환원할 수 있는 부분도 늘어나 더 도움이 되겠죠. 이 관점에서 출발한 것도 직거래장터에요. 토박이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데 판로가 문제여서 김장철만이라도 이를 돕고자 한거죠."

공동체 강화를 위해 지역 토박이등과 연계도 추진한다. 협동조합 운영에 주로 이사온 젊은 세대가 참여하면서 한 쪽 입장만 나오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예를 들어 연령이 높은 토박이의 경우 다른 도심처럼 개발에 따른 보상을 원하는 경향이 많은 반면 이사온 세대들은 개발이 아닌 재생쪽을 원한다는 거다.

"협동조합에는 토박이 비율이 높지 않아요. 초기에는 모임 자체를 만드는게 목적이어서 함께 할 엄두도 내지 못한거죠. 그러다보니 각자 바라본 시각이 달라요. 마을공동체를 꿈꾼다면 함께 가야죠."
이외에도 마을을 넘어서 지역과 소통하는 데 앞장선다.

"마을과 마을이 모이면 도시가 됩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 행복하기 위해 지역 의제나 현안에 대해 적극 참여하고 대처할 생각이에요. 대야미마을에서 함께 행복하기'가 저희의 꿈이에요. 저희는 대야미마을이 함께 어울려 놀면서 커가는 교육공동체로 여기거든요. 아이들만 커가는 게 아니라 어른들도 커가는 곳이고요. 아이들도 행복하고 어른도 행복한 곳이에요. 각자도 행복하면서 함께도 행복한 가족의 교차점을 만들어주는 공동체로 앞으로도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최남춘 기자 baikal@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