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735442_265081_3629.jpg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도서관에 삼성전자 텔레비전 '파브(PAVV)'가 걸려 있다. LG전자, 삼성전자 브랜드가 세계적이지만 남한 전자제품이 북한을 대표 상징하는 대학 도서관에 장식되어 있다는 사실이 생소하다. 일본의 소니·도시바·파나소닉을 비롯해 미국 비지오, 인도 마이크로맥스·비디오콘, 네덜란드 필립스, 인도 오니다 등도 잘 팔리고 있는 TV인데 말이다. 유독 삼성전자 TV 모니터에 '김일성종합대학에도 전자도서관을 잘 꾸려야 하겠습니다. 지금 있는 도서관을 전자도서관으로 꾸릴 수 있을 것입니다.-김정일'이라는 문구를 새기고 있을까. '김정일 수령동지의 유훈 덕분'으로 이 대학 도서관은 최근 도서 열람·검색 등 시스템이 한층 개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북 지원사업 등의 영향도 있지만 평양 시내를 누비는 현대 소나타 등도 눈에 띄고, 과거와 비교해 북한의 변화가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는 것이다.

우리 교육에서도 북한의 지도자가 '미숙하고 포악하다'거나 북한의 실상에 대해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실체를 파악하는 한계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유일 주체사상 체제가 하루 아침에 바뀔 리는 없다. 더욱이 북한의 교육 시스템은 3대 세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문화와 체제를 달리 하는 국가 간 교육 구조는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백두혈통 우상화를 지상의 목표로 삼는 북한의 교육을 '세뇌교육'이라 부른다.

교육은 독자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다. 교육은 전통적으로 사회를 유지·발전시키기 위한 활동을 지속해 왔기 때문에 사회적 속성을 지니게 된다. 항상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조건에 영향을 받는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은 대표적인 사회적 기능으로서 사회화 혹은 문화유산 전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한 사회가 추구하는 행동양식을 비롯해 가치관과 생활방식 등을 전수하는 기능을 의미한다. 그러나 억압적 구조를 정당화하거나 내면화시키는 사회화 기능은 바람직하지 않다. 바로 이러한 사회화의 역기능으로 지목되는 '희생적 사회화(victim socialization)'를 경계해야 한다.

'한반도의 봄'을 기대하지만 북한은 체제의 모순마저도 유지·존속시켜 기존 지배구조를 강화하고 있다. 또 우리 사회에서도 정치와 국민, 기업과 노동자, 남성과 여성 등 각 분야에서 미묘하고 은폐된 형태로 특정집단의 희생과 순종을 정당하게 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더 예리한 통찰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