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민들, 준설 반대운동 담은 백서 '강변살자' 발간
노현기 대책위 집행위원장 "무분별 개발 철저히 감시"
▲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참가자들이 주민공청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 파주시민들의 임진강 준설반대운동을 담은 백서 '강변살자' /사진제공=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 작은 사진은 노현기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사진제공=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원회
"연구보고서 수치와 여론을 조작하고, 환경·농민 대책도 없던 임진강 거곡·마정 준설을 막는 일은 시민과 농민, 환경단체의 연대가 아니었으면 힘들었을 것입니다."
파주 시민들은 국토교통부가 추진한 임진강 준설 사업에 맞서 6년 동안 싸워온 활동을 8일 '임진강백서 강변살자'라는 책에 담아 발간했다.

책 뒷면에는 임진강을 함께 지킨 이들과 단체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파주 지역의 임진강을 지키는 일에 파주시민은 물론 타 지역과 수많은 단체가 관심을 보이고 힘을 모았다는 증거다.

국토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밀어붙여온 '임진강 거곡·마정지구 하천정비 사업'은 지난 2월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 부동의 입장을 통보하면서 시민 연대의 한 획을 긋게 됐다.
노현기 임진강지키기 파주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백서를 발간한 것은 누가 농간을 부리고 잘못된 사업을 하려고 했는지에 대한 평가와 과정을 반드시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누군가 기록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고 말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임진강백서 강변살자'는 국토부가 준설 작업을 통해 막고자한 홍수가 오히려 역으로 악영향을 주고, 농민들의 농지가 사라져 초·중학교 친환경 급식용 쌀 대책마저 없어지게 되는 문제를 지적했던 내용을 모두 담았다.
또 환경영향평가에서 연구보고서를 수치와 다르게 인용하고, 파주시가 준설 찬성 탄원서 서명 및 사진조작을 일으키는 과정 등도 자세히 담았다.

노현기 위원장은 "파주지역의 농민들이 대놓고 정부에 반대한 첫 사례가 아닐까. 북한 접경지라서 보수적이고 정부의 일에 찬성하는 경향이 컸는데 외지인은 물론 지역주민이 함께 소통해 준설을 막았다"며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모내기철에 맞춰 농사일을 하러 가기 때문에 공청회 등에 나설 수도 없었고, 연세들이 많아서 더욱 힘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름다운 초평도에 시멘트로 둑을 쌓으면 풍경을 버리게 된다. 또 하류 준설 14㎞구간의 많은 부분이 논인데 농민들이 농토를 잃커나 사업기간인 10년 동안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다"며 "특히 장단반도의 농지는 친환경으로 농사를 지어 파주와 광명 학생들의 친환경 급식쌀로 제공하는데, 임진강 준설로 아이들 밥상을 엎는 꼴이 돼 학부모들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저류지 역할을 하는 논이 줄어들면 홍수위험은 더 커지고, 준설해도 밀물 영향에 다시 메꿔지는 것은 물론 오히려 홍수위도 별 차이 없는 것 등 여러 문제를 대책위에서 지적해온 것이다.
임진강은 '꼭 지켜야할 자연문화유산' 공모전에서 서부 DMZ 일원 임진강 하구 대상을 수상했다.
백서에도 임진강과 DMZ에서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여러 자연경관과 동식물들의 사진을 함께 담아 하천정비사업 대신 임진강을 보호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

노현기 위원장은 "DMZ 공간은 굉장히 비극적인 전쟁과 분쟁 속 상처의 결과물로 70년 가까이 유보된 공간이다. 상대적으로 자연생태가 좋은 곳이고, 서부 DMZ는 임진강이라는 핵심 하천생태축이 남아있는 장소"라며 "임진강을 다시는 이렇게 무분별한 개발을 통해 파헤치려는 계획을 못 세우도록 하고, 농민들의 터전인 논을 유지하면서 생태를 지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가도록 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현호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