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논단]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목요논단] 공동주택의 리모델링
  • 인천일보
  • 승인 2018.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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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식 인천대 도시건축학부 교수
건축물은 준공 이후 바로 구조적 안전성능, 건축 마감재 및 설비 성능이 떨어지는 노후화 현상이 시작된다. 구조적 안전 성능은 지진이나 화재 등의 피해를 입지 않는 한 천천히 조금씩 떨어지지만, 건축 마감재와 기계설비 및 전기설비의 성능은 시간 경과에 따라 비교적 빠르게 저하된다. 특히 급수나 급탕(온수) 등 기계설비 배관은 15년 이상 사용하면 성능이 상당히 낮아진다.

공동주택은 구조체와 설비 성능이 떨어지는 물리적인 노후화뿐만 아니라 기술의 발전과 경제 성장에 따른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기술적·사회적 측면의 노후화도 발생한다. 노후화를 방치하면 주차장 부족, 소방 활동의 어려움 등 주거 환경을 악화시키고 도시 미관을 해칠 수 있다. 장기간 지속되면 건축물 붕괴 등 안전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공동주택을 비롯한 일반적인 건축물의 뼈대를 형성하는 철근콘크리트는 좋은 환경에서 사용되면 그 수명이 100년을 넘지만, 한국에서는 40년 이상된 공동주택을 찾기 어렵다.

그동안 노후 공동주택 문제 해법은 주택을 모두 철거하고 다시 짓는 '재건축'이었다. 재건축 방식은 주거환경 변화와 입주민 요구에 적합한 수준의 주택을 지을 수 있고, 건설경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에 구조 안전성 측면에서 전혀 문제가 없는 주택을 철거함으로써 발생하는 자원의 낭비, 폐기물 발생 및 Co₂가스 방출 등은 환경을 악화시켜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린다. 재건축으로 인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강력하고도 유일한 대안은 '리모델링'이다. 현행 건축법은 리모델링을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향상 등을 위하여 대수선하거나 일부 증축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세대 내부를 개·보수하는 인테리어공사와 달리 주동단위 또는 단지 전체로 시행하는 리모델링은 공동주택 뼈대를 형성하는 기초, 바닥, 벽 등의 구조체만을 남기고 건축 마감재와 설비를 모두 철거한 후 신축 건축물과 동일한 성능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다. 주차장 확장을 포함한 리모델링 공사비는 재건축 공사비보다 약간 적게 들지만(보통 재건축 공사비의 90~100% 수준), 재건축과 유사한 성능 확보가 가능하고 공사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모든 노후 공동주택 단지에 리모델링 방식을 적용할 수는 없지만, 용적율이 높아 재건축의 사업성이 떨어지거나 한두 동만 있는 '나홀로 아파트'는 리모델링 사업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노후 공동주택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는 설비 노후화에 따른 불편함과 주차장 부족인데, 현재까지 개발된 리모델링 기술로 그러한 문제들은 거의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 내진성능이 부족할 경우 보강도 가능하다.

리모델링 개념은 2001년 9월 건축법에 처음으로 명시된 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07년에는 리모델링 가능 연한을 20년에서 15년으로 단축하였는데, 그 대상인 15년 이상 경과한 노후 공동주택의 규모가 전국적으로 400만 세대 이상이고, 인천 지역도 30만 세대를 넘는다(2017년말 기준). 2012년에는 리모델링 시 세대 수 증가도 가능하게 되었고, 2013년에는 13층 이상 공동주택의 경우 3개 층을 수직 증축할 수 있도록 허용함으로써 그동안 리모델링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업성 부족 문제도 해소되었다.
주택을 거주공간이나 삶의 터전으로 생각하는 선진 외국과 달리, 한국은 주택에 대한 소유 욕구가 남다르고 가격 변동에 민감하다. 재건축을 앞둔 단지의 경우 저가 매도를 막기 위해 입주민들이 담합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공동주택의 가격상승 기대가 크다. 최근 정부에서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하여 재건축 사업 초기단계에서 실시하는 안전진단 규정을 강화하였는데, 제대로 시행하면 그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토지를 포함한 주택의 공공성 강화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측면에서 가격을 안정시키는 핵심이라는 점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재건축' 하면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무분별하게 재건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유지관리를 등한시하면 노후 불량 공동주택으로 인정을 받아 재건축할 수 있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왜냐하면 재건축과 리모델링은 모두 주거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동등하고도 효과적인 수단이고, 그 결과로 탄생한 공동주택은 미래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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