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회진 사회부 기자
유난히 추운 겨울이 지나 어느덧 새 학기를 시작했다. 10여 년 전 새 학기가 됐을 때를 떠올렸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던 때가 어렴풋이 생각났다. 예나 지금이나 해마다 3월이면 교실에선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가득하다.
새 출발을 다짐하는 시기에 인천 서흥초교에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37년 전통의 야구부가 지난 달 28일자로 해체되면서 15명의 야구부 선수들은 갈 곳을 잃게 됐다. 야구부 해체 논란이 불거진 건 작년 7월부터다.

당시 학교 측이 위장전입과 운동장 사용권을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야구부 해체 논의를 벌였다. 이후 학교와 학부모회, 야구부 학부모 간에 대화가 오갔지만 결국 지난 달 학교운영위원회는 야구부 해체를 결정했다.
해체 결정 이후 야구부 선수들은 세입자마냥 쫓겨나야 했다. 학교 측은 야구부에 운동 물품을, 야구부 감독에게는 운동장 사용을 사용하지 말라는 통보도 이어졌다. 대책을 마련할 새도 없이 학교는 야구부를 학교 밖으로 내몬 것이다. 결국 선수들은 학교가 아닌 피켓 시위를 위해 청와대를 오가는 신세로 전락했다. 야구 방망이가 들려 있던 손에는 야구부를 존속시켜달라는 피켓만 있었다. 선수들은 순수하게 야구를 사랑했고, 그러면서 모교 선배인 최지만 선수처럼 메이저리그를 꿈꾸던, 열정 가득한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이 TV에서나 봤을 법한 청와대를 난생 처음 찾아가 "야구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한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야구부를 다시 살리기 위해 여전히 이곳 저곳을 뛰어다니고 있다. 결실도 있다. 제물포 구(舊) 인천대 야구장을 대체구장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협의도 마쳤다. 학교 밖에 운동장을 훈련장으로 사용할 테니, 야구부 해체를 재고해 달라고 학교에 호소하고 있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작년부터 관련 기관에 민원을 제기해 왔다.

이들은 셀 수 없이 많은 회의를 열어 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는 '해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야구부 해체가 결정된 지난 달이 되어서야 어렵사리 입을 떼야만 했다고 한 학부모는 눈시울을 붉히면서 말했다.

아이들은 오늘도 여전히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게 만난 한 아이의 피켓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교장 선생님이 말씀하셨잖아요. 꿈을 향해 열심히 노력하라고. 그런데 왜 우리 꿈은 없애버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