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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국 논설위원
'인천의 술' 하면 막걸리인 '소성주'와 강화도의 '가시오가피'가 떠오른다. 맑은 빛깔의 전통 동동주인 '삼양춘 약주'가 알려지기 시작한 건 몇 년 되지 않는다. 인천지역 특산주 주조업체인 농업회사법인 송도향의 강학모 대표는 이 술을 빚기 위해 어린 시절 어머니가 담그던 동동주의 기억을 되살려야 했다. 그는 한국전통주연구소, 가양주협회 등도 여러차례 드나들며 수년간 연구 끝에 삼양춘을 개발했다.
그의 모친은 인천 중구 도원동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던 큰아버지 댁에서 술 빚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이 술은 세 번 빚고 옹기에서 100일 저온숙성한 발효주로 부드럽고 알싸하며 톡 쏘는 맛에서 일품이다. 이 인천의 술 '삼양춘 약주'가 국내 최고의 술을 가리는 '2018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받았다. 삼양춘은 강화섬쌀과 전통누룩만을 사용해 빚은 프리미엄 발효주다. 두 잔만 마셔도 취기가 온몸을 감싸지만 정신을 놓치지 않고 다음날 숙취가 전혀 없는 '앉은뱅이 술'의 전형이다.

삼양춘처럼 대대로 내려오던 우리 전통술의 맥이 끊긴 것은 일제강점기 때이다. 1934년 당시 전국 주류 제조장은 청주 121, 소주 442, 조선주 683, 기타 21곳 등 4267개에 달했다. 인천지역엔 1919년 조일양주(주)의 '금강학'과 증전옥 상점의 '선학, 심견인시의 선학 등이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일제가 수탈을 목적으로 양조행위에 과도한 세금을 부과하면서 인천을 비롯해 전국의 지역전통술은 상당 부문 소멸됐다.
술의 역사를 보면 과즙을 발효시킨 과실주가 먼저 나왔고, 목축과 함께 가축의 젖을 원료로 한 유주가 나왔다. 곡물로 술을 빚기 시작한 것은 농경생활을 하면서라고 추정된다. 과실주는 잘 익은 과일이 오목한 바위 구멍이나 나무등걸에 떨어지고 그것이 자연적으로 발효해 술이 됐는데, 인류가 우연히 맛을 보면서 음식으로 정착했을 것이란 얘기다.

술 역시 '음식'인지라 적당히 먹으면 약이 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 이런 사실을 잘 알면서도 만취에 이르러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술을 끊는 것이 절주하는 것보다 쉬울 수도 있다. 삼양춘이 인천의 술맛으로 전국은 물론 전세계에 알려진다면 이 또한 '인천가치 재창조'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