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의 컨테이너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해마다 컨테이너 항로를 확장하며 성장을 거듭하던 인천항이 '항로 구조조정'이란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3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 시대를 연 인천항이지만, 항로 다변화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인천항만공사(IPA)는 올해 인천항과 미주, 유럽 등지를 연결하는 원양항로 확충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했지만, 국내 선사들이 가까운 베트남 항로를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올해를 '인천항 원양항로 활성화 원년'으로 정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벌이기로 한 IPA의 '공언'이 무색하다. 이제 막 컨테이너 항로 50개 시대를 연 인천항은 베트남 항로 폐지 결정으로 다시 40개대 항로로 돌아가야 한다. 항만업계는 중국·동남아 항로에 집중되는 현상을 지적하며 인천항 항로 다변화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인천항은 지난 1월 인천~호주 컨테이너 항로를 열며 개항 이래 처음으로 컨테이너 항로 50개 시대를 맞았다. 2014년 처음 40개대로 올라선 이후 4년이 걸려 이룬 성과다. 하지만 국내 14개 선사로 구성된 한국해운연합이 최근 인천항과 베트남 하이퐁을 잇는 정기 항로 폐지를 결정하면서 차질을 빚게 됐다. 한국~베트남 항로가 물량 대비 포화 상태라고 판단해 출혈 경쟁을 막고 항로 운영의 효율화를 위해 '항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인천~호주 신규 항로 유치를 기점으로 올해 총 53개로 항로 확장을 꾀하려 한 IPA의 목표는 전면 수정해야 할 듯하다.

문제는 컨테이너 물량 확보다. 이번에 폐지되는 항로에선 연간 4만TEU의 물량이 처리된다. 기존 물량이 다른 항로 서비스로 분산돼 인천항 전체 물량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지만, 한국해운연합에서 추가 항로 구조조정을 예고해 앞으로 인천항의 항로 폐지가 잇따르면 항로·물량 동반 감소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나. 물동량 증대를 위해선 항로 다변화가 필수적이다. 가뜩이나 인천항 컨테이너 항로에 특정 국가 쏠림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는 항로를 확장해야 인천항이 살아난다. 항로 다변화에 초점을 맞춘 전략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