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연합 '특정국가 쏠림' 베트남 뱃길 폐지
업계 "미주·인도로 다변화 시급"
▲ 인천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 부두에 대형 컨테이너선이 접안한 모습. /사진제공=인천항만공사
해마다 컨테이너 항로를 확장하며 성장을 거듭하던 인천항이 '항로 구조조정'이란 뜻밖의 악재를 만났다.
이제 막 컨테이너 항로 50개 시대를 연 인천항은 며칠 전 국내 선사들의 베트남 항로 폐지 결정에 40개대 항로로 회귀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항만업계에선 중국·동남아 항로 쏠림 현상을 지적하며 인천항 항로 다변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달 만에 끝난 '컨' 항로 50개 시대
올해 1월 인천항은 인천~호주 컨테이너 항로를 개척하며 개항 이래 처음으로 컨테이너 항로 50개 시대를 열었다.
2014년 처음 40개대 무역항으로 올라선 이후 4년이 걸려 달성한 성과다.
그런데 이 영광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현대상선·SM상선·고려해운·흥아해운 등 국내 14개 선사로 구성된 '한국해운연합(KSP)'이 최근 인천항과 베트남 하이퐁을 잇는 정기 항로 'ISH(Incheon Shanghai Haipong) 서비스' 폐지를 결정하면서다.
현재 한국~베트남 항로가 물량 대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해 출혈 경쟁을 막고 항로 운영의 효율화를 높이는 취지에서 항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이다.
KSP 간사를 맡고 있는 흥아해운 이환구 부사장은 "베트남 항로는 그동안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된 항로로,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계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ISH 항로 폐지는 이달 말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인천항 전체 컨테이너 항로는 50개에서 49개로 줄어들게 된다.
인천~호주 신규 항로 유치를 기점으로 올해 총 53개로 항로 확장을 꾀하려 한 인천항만공사(IPA)의 목표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컨테이너 물량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폐지되는 ISH 항로에선 연간 4만TEU의 물량이 처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IPA는 기존 물량이 다른 항로 서비스로 분산돼 인천항 전체 물량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KSP가 추가 항로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어 앞으로 인천항 항로 폐지가 연쇄적으로 이뤄진다면 항로·물량 동반 감소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항만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안은 항로 다변화
인천항 컨테이너 항로는 특정 국가 쏠림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50개 항로 가운데 중국과 동남아, 일본 등 주변 아시아 지역 항로가 무려 92%(46개)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4개 항로는 미주, 호주, 중동, 아프리카다.
주당 기항 차수는 미국과 아프리카는 1항차, 중동과 호주는 각각 0.5항차와 0.25항차에 머무는 수준이다. 동남아(27항차)와 중국(20항차)에 견줬을 때 턱없이 적다.
결국 항로가 다양하지 않으니, 항로 구조조정의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앞서 KSP는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일본, 한국~태국, 한국~인도네시아 등 3개 항로에 대한 구조조정을 결정한 바 있다.
항만업계에선 지난해 300만TEU 시대를 연 인천항이 항로 다변화에 초점을 두고 항로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다.
단순히 지리적 이점으로 승부를 볼 게 아니라, 최첨단 컨테이너 처리시설과 수준 높은 항만 물류 서비스 등을 부각해 미주, 유럽, 인도 등 원양항로를 유치해야 한다는 얘기다.
IPA 관계자는 "2018년을 인천항 원양항로 개설 원년의 해로 삼은 만큼 인도 항로 개척과 미주 항로 확장에 노력을 쏟고 있다"며 "항로 다변화를 통해 인천항 물량 증대를 이끌겠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