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문화읽기] 재즈클럽 '버텀라인'
[인천문화읽기] 재즈클럽 '버텀라인'
  • 송유진
  • 승인 2018.0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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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대 어우러지는 '재즈 사랑방' … 어느덧 35살
▲ 지난 7일 버텀라인 오픈 35년을 기념하는 연중 기획 첫 무대로 열린 독일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요나스 빈터와 드러머 루크스 슈베크만, 국내 재즈 기타리스트 임지훈, 베이스 백인철, 퍼커션 도준홍의 공연. /사진제공=버텀라인
▲ 허정선 버텀라인 대표
국내외 뮤지션 라이브·LP 선율 '흠뻑'
박공지붕·흙벽 등 독특한 분위기에 아날로그하고 끈적끈적한 감성 '매력'


올해로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서른다섯 번이나 한 자리에서 묵묵히 지내온 공간이 있다. 박성건 음악평론가가 쓴 <한국재즈 100년사>에 인천을 넘어 국내 대표 재즈클럽 가운데 한 곳으로 기록된 이곳은 바로 신포동의 살아있는 재즈 사랑방 '버텀라인'이다. 인천 개항기의 역사가 담겨 있는 동네에 1900년대 초 세워져 100살이 훌쩍 넘은 근대 건축물 안에서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 해온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박물관을 연상케 한다. 벽에 꽂힌 수백 장의 레코드판과 낡은 턴테이블만큼이나 매력적인 것은 독특한 내부 공간이다. 목조 골격의 높은 박공지붕과 흙을 쌓은 벽 등 옛날로 돌아간 기분마저 든다. 이런 옛 구조가 재즈 클럽에 독특한 분위기를 더하고, 라이브 연주를 할 때면 악기의 울림을 더 깊게 전달한다고.

아날로그하고도 끈적끈적한 감성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깊숙이 적신다. 신촌블루스의 엄인호, 색소포니스트 다니엘 치아,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 최용민 콰르텟 등 국내·외 재즈 뮤지션들의 열정 짙은 라이브 연주가 펼쳐지고 귀를 적시는 LP 음악이 흐르는 곳, 바로 버텀라인이다.

매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늘려가는 버텀라인의 어제와 오늘을 만난다.


▲ 매주 전 세대가 어울려 재즈로 하나 되는 공연이 펼쳐진다
지난 3월7일 오후, 나무문을 열었더니 이미 한 테이블씩 차지하고 앉은 손님들로 빼곡했다. 공연 시작이 가까워지자 미처 예매하지 못하고 온 손님들은 합석하고 앉아 눈인사를 나눴다.

"오늘 공연하는 친구가 독일에서 왔다죠?" 공연 소식에 송도신도시에서 신포동으로 한 달음에 데이트 왔다는 백용준(64)·이정윤(59)부부는 사이좋게 버드와이저를 시키고는 설렌 듯 무대를 바라봤다.

버텀라인 35번째 생일을 맞아 마련한 연중 기획 첫 무대는 독일 출신의 색소폰 연주자 요나스 빈터와 드러머 루크스 슈베크만 그리고 국내 재즈 기타리스트 임지훈, 베이스 백인철, 퍼커션 도준홍이 장식했다.

리드미컬한 연주엔 관객들도 어깨와 고개를 흔들며 박자를 맞췄다. 기타의 리드를 이어받은 베이스가 중심을 잡고는 끝날 듯 말 듯 관객과의 밀당을 계속했다. 퍼커션의 신들린 연주에 분위기는 고조됐고 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뮤지션들 역시 흠뻑 취해 1부 공연이 끝난 줄도 모르고 엉덩이를 들썩이면서 흥겨운 연주를 선보였다.

"이 집의 매력은 천장에 있죠. 사실 100년 전 공연장을 염두하고 만든 건물도 아닌데 어쩜 이리도 분위기도 운치 있고 음폭도 풍부하게 하는 지." 백씨는 다음 곡을 기다리며 예스러움이 잔뜩 묻어있는 천장을 가만히 바라봤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인터뷰 / 허정선 버텀라인 대표]

"50·100년 뒤에도 사랑받았으면 … "

"지금까지도 그랬듯 모든 세대가 어울려 편안히 즐기다 가시는 곳으로 사랑받길 바랄 뿐입니다."

1994년 겨울, 음악이 마냥 좋았던 한 젊은이는 음악 마니아들의 성지였던 버텀라인을 넘겨받는다. 손님에서 주인으로 함께 지긋하게 나이 먹으며 재즈의 깊은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다음 달 35주년을 앞둔 허정선 대표가 감회가 새로운 지 속마음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그는 "20살 앳된 모습으로 기타 매고 공연 왔던 친구들이 이제는 가정을 꾸려 자녀 손잡고 오는 걸 보면 감개가 무량하다"고 말했다.

사실 재즈 음악클럽이 한 자리에서 30년 이상 살아남기는 여간해선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허 대표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가끔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멍 하니 앉아있으면서 '내가 무슨 벌을 받고 있나', '내가 왜 여기서 못 벗어나고 있나'하는 서글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찾는 이들에겐 항상 열려있는 그저 좋은 음악클럽이지만 살림을 맡는 허 대표에겐 어쩌면 무거운 굴레였던 것. 그는 "개인 영업공간이지만 버텀라인은 하나의 문화공간이기에 지역에서 더 관심을 가지고 제도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10년 전부터 일주일 적어도 두 차례 재즈의 다양한 장르를 관객에게 선보이고 있는 버텀라인. 처음 보는 손님과는 물론, 20대와 70대까지 세대 구분 없이 친구가 되는 인천의 유일한 음악클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큰 욕심 없어요. 혹여나 주인은 바뀔지 몰라도 50년 후 100년 뒤 크게 달라지는 게 아닌, 버텀라인 고유의 분위기와 전통만은 쭉 이어지길 바랍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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