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규 칼럼] 기업인에게 신바람이 나게 하자
[김흥규 칼럼] 기업인에게 신바람이 나게 하자
  • 인천일보
  • 승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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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명예교수
유라시아 대륙 동녘 끝에 자리를 잡은 대한민국은 해방과 분단의 혼란 속에 한국전쟁으로 전 국토를 폐허화하다시피 했다. 회복불가능할 정도로 파괴된 참상을 목격한 맥아더 장군은 "이 나라가 기초적인 기틀을 회복하려면 족히 100년은 걸릴 것이다"라고 했다. 전후 복구와 나라 살림을 미국 원조에 의존하다 보니 경제는 춘궁기를 걱정해야 했다. 세계 최빈국의 나라였다.
1950년대 우리 무역은 세계 100위권 수준이었다. 아르헨티나가 세계 7위, 필리핀이 세계 4위였을 때이다. 한국의 경제발전, 특히 수출 정책의 단초는 박정희와 이병철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이병철 회장은 1961년 5·16 군사쿠데타 발생과 기업인 12명(기업 순위 2~ 13위)이 부정축재 혐의로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되었음을 일본에서 듣고 즉시 귀국한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자 명동의 모 호텔로 안내되어 박정희 국가재건회의 의장과 독대한다. 박 의장은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나서 잘 살 수 있는가"를 물었고, 이회장은 "나를 포함한 기업인들이 열악한 경제환경 아래 기업을 하다 보니 잘못한 것도 있지만 그들의 노하우를 활용해야 한다. 서대문에 수감되어 있는 12명의 기업인을 풀어주고, 기업인이 부정축재한 재산을 환수하되 그 재산을 갖고 '경제개발계획'을 세우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어 그는 "경제개발계획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일본 오사카공업단지 같은 '대규모 공업단지'이다. 지금 서대문 형무소에 있는 기업인들에게 단지 조성을 맡기면 부정축재한 재산을 환수하게 되는 것이다. 지역으로는 울산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 그 결과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울산공업단지 조성 계획이 마련됐다. 이를 계기로 이병철 회장과 기업인들은 한국경제인협회를 만들고 이 회장을 초대 회장으로 추대한다. 그리고 울산공업단지 조성에 필요한 차관을 미국에서 마련한 이 회장 일행은 귀국해 울산공업단지를 조성했다.

그 후 이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경공업 제품 수출을 위한 '수출자유지역을 별도로 만들자'고 제안해 구로동 수출자유지역(현 구로공단)이 탄생한다. 이어 막역한 사이인 일본의 상사맨 세지마 류조(瀨島龍三) 이토추 상사(伊藤忠 商事) 회장에게 "우리나라가 일본처럼 세계적 수출대국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물으니 "당장 종합상사를 만들라"라는 제안을 받아 박 대통령에게 세지마 회장과 함께 종합상사 설치 필요성을 설명해 1975년 종합무역상사제도가 신설돼 수출의 산파 역할을 한다. 한편 반도체의 미래를 예견한 이건희 부회장이 부도난 한국반도체를 개인 돈으로 인수한 후 이병철 회장에게 보고하자, 이 회장은 보고서를 가지고 일본에 가서 반도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반도체 사업 참여를 결정하고 수원 기흥에 공장 건설을 한다.

1962년 초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발표, 수출중심의 경제 정책의 결정과 그에 따라 기업에 다양한 지원 정책(6개항)이 시행됐다. 이에 힘입어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나는 전 세계 육지에 우리 자동차가, 바다에 우리 배가 다니는 걸 보고 싶다"며 조선·해양·건설·기계에 이르기까지 기간산업을 일으켜 경제의 '코리안 하이웨이'를 닦았다. 2006년에 이미 '현재 지구상에 돌아 다니는 배의 30~40%는 우리나라 것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박정희와 박태준은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이 장악해 경쟁이 극심한 철강산업에, 그것도 수요 감소와 인플레이션, 가격 하락이라는 삼재에 허덕이는 철강에 뛰어들어 과감한 투자를 감행했다. 이 선견지명으로 세계에서 아무도 믿지 않았던 '타오르는 철강'의 신화를 창조했다. '육·해·공은 내가 책임진다'며 선봉에 선 조중훈 회장, '애국은 오직 이 길밖에 없다'며 세계 최강을 목표로 한 구자경 회장,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동분서주한 김우중 회장 등이 있었기에 2006년 세계 11번째로 수출 3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에 힘입어 2011년에는 5578억 달러, 2017년에는 5739억 달러로 세계 수출 6위의 무역대국 자리에 우뚝 섰다.
사회변화를 빨리 예측하고 연구단지를 다이아몬드 형으로 건설한 미국에도 좋은 참고 자료다. 동쪽으로는 보스톤 강을 끼고 전철역 1개 사이 MIT와 하버드대학 중심의 연구단지, 서쪽으로는 스탠포드 대학 중심으로 전자·정보의 '실리콘 벨리' 연구단지, 남쪽으로는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리서치 트라이앵글' 과학단지, 북쪽으로는 오로라 연구단지, 그리고 샌디에고 '소렌토 벨리' 생명과학 단지를 조성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한· 중· 일 경제 신(新) 삼국지' 전쟁에 돌입했다. 기업인들을 존중하고 그들에게 신바람을 나게 해서 다시 뛰게 할 때다. 다른 데 한눈 팔 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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