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락 제대로 느끼는 '귀명창' 많아졌으면 … "

"다양한 공연·강좌 … 판소리 저변 확대 앞장"
'우리소리' 출범 포부 … 20년 전 인천과 인연


"전국 곳곳에 있는 명창들을 모셔와 품격있는 판소리 공연을 자주 열어 인천시민들도 우리의 소리를 제대로 들을 줄 알고 우리 가락의 흥을 제대로 느낄 줄 아는 '귀명창'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최근 창립 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한 사단법인 '우리소리'의 상임이사인 김경아 명창은 "명창들이 '인천에서 공연하고 싶다'거나 '인천 무대에 서면 소리좀 한다는 말을 듣는다'는 소문이 나도록 할 계획이에요"라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한국판소리보존회 인천지부장이기도 한 그녀가 구상하는 사업은 심청가에 나오는 인당수와 백령도의 지명 등을 학술적으로 고증하는 토론회인 '심청이와 인천'을 비롯하여 춘향가, 흥부가 등 판소리 다섯 바탕의 주요장면인 '눈대목'을 대명창과 이를 이어가는 중견소리꾼들이 인천시민들과 함께 어우러져 즐기는 '2018 청어람(靑於藍)' 공연, 판소리의 보급과 확산을 위해 '우리소리'에서 운영하는 학당에서 갈고 닦은 회원들의 소리발표회인 '어울림', 경주에서 개최되는 장월중선 명창대회를 관람하는 '판소리 기행', 판소리에 담겨 있는 수많은 고사성어의 유래와 의미를 살펴보는 강좌인 '판소리 사설풀이' 등을 가질 예정이다.

"힘에 부칠 것 같지만 여러 가지 일을 하려는 이유는 '판소리 저변확대' 단 하나에요. 다양한 공연과 대중강습으로 시민들이 손쉽게 판소리에 입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해설 강좌 등을 통해 시민들의 이해를 높여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춘향가' 인간문화재인 고(故) 성우향 명창에게 사사한 그녀는 지난 2016년에 국내 최고 권위의 '임방울국악제'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으며 명실상부한 명창의 반열에 올랐다.

"3년동안 계속 2등만 하며 떨어진 뒤 대통령상을 받았을 때 17살 때부터 모시면서 소리를 배운 선생님이 두 해전에 돌아가셔서 수상의 영예를 함께 하지 못해 목이 메었지만 뒤늦게나마 선생님께 '받은 소리'에 보답할 수 있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었지요. 만약 선생님이 살아계셨으면 '잘했다. 애썼다'고 하셨을거예요."

성우향 선생님을 만난게 운명이라는 그녀는 어릴 때부터 춘향가를 배울 수 있었던 건 행운이라고 말한다.

"춘향가를 완창 하려면 6시간이나 걸려 다른 소리보다 2~3배 길고, 그렇기 때문에 배우기가 어렵고 오래 걸리거든요. 근데 저는 처음부터 춘향가 명창 선생님께 배웠잖아요. 그래서 대학에 갔을 때 다른 친구들이 '춘향가 다 배워서 좋겠다'며 부러워했어요."

20년전 인천에 판소리 강의를 하러 왔다가 아예 눌러 앉아 이제는 '인천이 고향'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판소리의 보급과 후학을 가르치는데도 정성을 쏟고 있다.

"판소리에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발굴하고 키워 내는 것이 소리를 먼저 배운 사람으로써 의무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또 어른들도 판소리를 알게 되면 삶이 훨씬 풍요로워지거든요. 그래서 어린이 판소리 교실이랑 성인들을 대상으로 '춘향가 강습 교실'을 열었어요. 판소리를 듣고 흥얼거리며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녀는 춘향가, 심청가, 흥부가, 적벽가, 수궁가 등 판소리 다섯바탕을 두루 섭렵하고 '명창'이라는 말을 듣지만 최근에는 창작 판소리인 '유관순열사가'를 배우고 익히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까지 전승되고 있는 판소리는 수백년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사설이나 장단이 가다듬어져 왔지만 '유관순열사가'는 해방전후에 만들어져서 음악성, 예술성, 문학성이 좀 떨어져요. 열심히 배우고 나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완성도를 높이려고 해요."

그녀는 상청과 하청, 즉 높은 음과 낮은 음을 모두 뛰어나게 갖추고 있다는 말을 듣는 타고난 소리꾼이지만 지금도 해마다 여름이면 한달동안 제자들 3~4명과 함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소리를 갈고 닦는 '독공(獨功)'을 다녀온다.

"소리 공부는 끝이 없어요. 쉬지 않고 평생 배워야 하죠. 편해지거나 나태해지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욕심같지만 어제보다 오늘이 또는 작년보다 올해가 소리가 좋아졌다는 말을 계속 듣고 싶어요."

/글·사진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


<스승 인간문화재 성우향 선생의 김경아 명창 소리에 대한 평>
경아양의 소리는 화려한 백화(百花)가 없는, 설중(雪中)에 홀로 피고지는, 유덕(有德)한 매화의 은은한
향기처럼 은은한 소릿결을 가진 소리꾼입니다.
마음이 착실하고 곧으니 내적 경지가 안정되어, 늘 수준 높은 예술 내용이 보이고 공력 또한
탄탄합니다.
바탕이 튼튼하고 소리가 윤택하여 어찌 보면 담담하고, 청신(淸新)한 맛까지 있으니
중화(中和)의 아름다움을 지닌 소릿광대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