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강릉 쫑파티    
[문화산책] 강릉 쫑파티    
  • 인천일보
  • 승인 2018.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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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관 사진가
▲ 미국nbc방송기자들에게사진설명하는 최병관 사진가.
강릉은 아름답고 조용하다. 역사가 깊은 고장이다. 그런데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역동적인 도시로 변하고 있다. 강릉올림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인구 21만의 작은 도시는 활기가 넘쳐났다. 거리는 말끔하게 정비하였으며, 고층빌딩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어딜 가나 차량과 사람들로 북적거렸으며, 외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KTX가 개통되면서 서울에서 1시간40여분이면 강릉역에 도착을 하니 강릉은 이래저래 천지개벽 중이다.

이번 전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한 강릉시의 초청전이었다. 한반도의 위기설 속에 '평화'라는 절체절명의 전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다 보니 사진선정서부터 액자, 프린트, 인쇄물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했다. 특히 미술관 디스플레이에 많은 고민을 했다.
주제는 'DMZ 전쟁이 남긴 평화생명의 땅'이다. 비무장지대는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도록 소수의 작전병력 외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철저하게 통제된 탓에 자연의 보고로 변해 있다. 비록 전쟁이 남긴 죽음의 땅이었으나 생명이 살아 숨 쉬고 평화를 염원하는 땅으로 변해 있는 곳이 바로 비무장지대다. 어느 설문조사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제일 가보고 싶은 곳 1위가 비무장지대로 나타났다. 그만큼 비무장지대는 세계인의 관심지역으로 떠오르는 곳이다.

작가는 미술관 벽에 작품을 걸어놓고 제일 먼저 걱정하는 게 관람객이다. 그래서 작품을 감상하러 오는 한 사람이라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먹고 마시며 노는 곳과 관광지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는데, 정작 미술관은 텅 비어 있는 게 현실이다. 사진을 걸어놓고 외국인들이 얼마나 올까 은근히 걱정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유엔본부나 일본 동경사진미술관 전시를 제외하고 이번 만큼 외국인이 많이 온 것은 처음이었다.

게다가 외국 유수의 신문·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취재를 했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UPI통신. 일본의 아사히신문, 미국 NBC방송 기자들은 큰 감동을 받았다면서 미술관을 두 번씩이나 방문해 취재를 했다.
특히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그 바쁘신 와중에도 아내와 외교관들을 대동하고 오셔서 끝나는 시간까지 세심히 관람하였다. 그래서인지 그 이후로 관람객이 부쩍 많이 찾아왔다.
강릉시립미술관에서의 전시는 외국인들에게 비무장지대가 평화를 상징하며 자연의 보고로 아름답게 보존되어 있는 곳임을 인식시키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고 생각했다.

혼신을 다해 시작을 하고 나면 어느새 끝이다. 끝나는 날 작품을 벽에서 떼어낼 때 허탈감은 작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씁쓸한 뒷모습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누구에게 하소연을 해서 풀 수 있는 이야깃거리도 아니다. 그럴 때마다 마음이 서글퍼진다. 그래서 쫑파티를 하며 회포를 푸는데, 강릉에는 지인이 없어서 포기하려고 했다. 다행히 관동대학 미대학장을 정년퇴임한 후 현재 '강릉문성고등학교'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영중'교수님과 단 둘이 '쫑파티'를 하게 되었다.
강릉시내 재래시장 작은 소주방에서 우울하고 지친 마음을 투명한 유리잔에 풀고 나니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았다. 그러나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고 싶은 마음은 강릉전시가 끝나는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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