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찬 인천시청 감독과 인연으로 매해 교류전
"한·일 복싱, 선의의 경쟁 통해 좋은 성과 냈으면"
▲ 오연지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하고 있는 아키라 야마네 일본복싱연맹 회장.
"인천 선수 중에 대한민국 최초로 아시아선수권 2연패를 달성한 오연지(인천시청·60kg급)를 알고 있다. 그 선수는 지금도 잘하지만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일본 복싱 대표팀을 이끌고 우리나라에서 전지훈련 중인 아키라 야마네(78) 일본복싱연맹 회장은 연습경기를 통해 본 오연지에 대해 엄지를 치켜세우며 칭찬했다.

그는 "오연지는 머리도 좋아서 계속 노력하면 지금 실력보다 훨씬 더 뛰어난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야마네 회장이 인천 소속 선수에 대해 이처럼 애정과 관심을 쏟는 이유는 김원찬 인천시청 복싱팀 감독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야마네 회장은 일본복싱연맹 부회장 시절인 2010년 세계복싱연맹총회에서 김원찬 감독과 처음 만난 뒤 2011년 회장이 되면서 교류전을 치르고자 일본 대표팀을 데리고 매년 1~2회씩 꾸준하게 인천을 찾았다.

그는 "처음엔 일본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들이 왜 한국대표팀이 아닌 인천 선수들과 매년 교류전을 해야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김원찬 감독의 헌신적인 지원과 인천 선수들의 실력을 직접 경험하면서 지금은 아주 만족하고 있다. 오랜 교류전을 통해 나는 김원찬 감독을 아들처럼 생각할 만큼 신뢰하고 있으며,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복싱연맹 부회장과 회장에 오르기 전 20년 동안 일본대표팀에서 코치와 감독을 맡아 지도자 생활을 한 그는 어느 누구보다 선수가 뭘 원하는 지, 무엇이 필요한 지 잘 안다.

그는 회장이 된 이후 맞춤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 덕에 일본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48년, 동메달은 44년 만에 일궈낸 값진 성과였다.

일본은 자국에서 열린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2012년 런던 올림픽 전까지 복싱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는 이번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다시 한 번 런던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야마네 회장은 "예상 성적을 공개해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면서도 "색깔에 관계없이 이전 대회보다 더 많은 메달을 따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한국 선수들의 선전도 기원했다.

"우리와 함께 땀흘린 대한민국 선수들도 앞으로 열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도 계속 선의의 경쟁을 벌여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인에게 국적은 없다'는 그의 평소 소신과 함께 야마네 회장의 어머니가 한국인이라는 것이 작용한 듯 했다.

아울러 그가 아끼는 김원찬 감독의 제자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하는 인간적인 바람도 자연스럽게 그의 말에 배어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인천에 대규모 인원이 훈련할 시설이 없다는 점에 대해 거듭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이전까지 30명 이내 규모라 인천에서 묵으며 훈련할 수 있었는 데 이번에 60여 명이 오다보니 멀리 떨어진 한국체대와 용인대까지 가야만하는 것이 좀 안타깝다"며 "올림픽을 앞두고 여러나라에서 일본복싱연맹으로 전지훈련 관련 문의가 오는 데 일본 역시 넓은 시설이 없어 난감하다. 인천에 적당한 시설이 있다면 추천을 해줄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종만 기자 malema@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