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가인 작가, 비정기 패션 매거진 펴내
옷차림으로 사람 평가하는 세태 꼬집어
중년의 사랑에 눈을 떠 그들의 등산복의 매력을 소개한 <마운틴 패션 매거진>을 시작으로 지난해 인천 이주민들의 패션 센스를 내세운 <마이그런트 패션 매거진>을 쓴 박가인(29) 작가. 그는 10~20대의 길거리 패션 잡지 형식을 표방해 다양한 집단의 옷차림을 멋스럽게 소개한다. "남의 패션을 보고 '잘 입네, 못 입네' 왈가왈부하는 게 너무 웃기더라"라며 "누구든지 당신들보다 낫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계원예술대에서 프로젝트아트를 전공한 박 작가의 작업은 중년의 어긋난 사랑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됐다. 소위 말하는 부모세대 그 이상까지, 애틋한 사랑보단 '맞선'이라는 형식으로 부부가 된 경우가 많아 뒤늦게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다고 충분히 이해한 덕분이다. 그는 "중년의 사랑을 다뤄보고 싶어 산악회 모임에 갔다가 나름대로 한껏 뽐내고 온 회원들이 순수해 보였다"라며 "젊은 세대보다 자신을 꾸밀 수 있는 아이템이 한정적이기에 화려하면서도 기능성인 '중년의 패션' 등산복을 자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마운틴 패션 매거진>엔 계양산에서 만난 10여명의 등산 패션 리더가 담겨 있다. 이들은 위풍당당하게 어깨를 쫙 펴고 포즈를 취하기도 하고 패션의 완성인 등산화까지 빼놓지 않고 감각을 뽐낸다. 모두 큰 거부감 없이 박 작가의 카메라에 담기는 것을 좋아라 했다.

용기를 얻은 박 작가는 이번엔 인천에서 일하는 이주민 노동자들의 후줄근한 인상을 벗기자고 결심했다. 부평역 북광장에서 지나다니는 이주민들을 붙잡고 자신의 취지를 설명하며 친구를 자처해 작업을 이어갔다.

한국의 유행과는 조금 안 맞을 수 있지만 자신의 외모에 맞게 꾸미는 모습이 오히려 더 예뻐 보이기도 했다. 박 작가는 "친구를 국가 GDP로 사귀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우리와 똑같이 꾸미기 좋아하고 어울리는 옷을 즐겨 입는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했다.

놀림 받는 패션을 렌즈에 담아 나만의 비정기적 잡지로 만드는 박 작가. 이제 동남아시아 등에서 국제결혼으로 인천에 온 여성들을 살펴볼 계획이다.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이국으로 와 살림을 하며 옷장을 걸어 잠근 이들의 아름다움을 끄집어내고 싶기 때문. "세상에 옷을 못 입는 사람은 없어요. 옷차림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좋지 않은 행태가 사라지길 바랄 뿐입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