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캠퍼스에 꽃망울이 오르고 개강을 맞았다. 지난 주까지 대부분의 대학이 수강신청과 1차 등록을 마쳤다. 국가장학금 수혜자 10명 중 3명은 '반값등록금' 혜택을 받는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대학등록금을 마련하는 가정의 형편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신학기를 앞두고 기업, 민간 장학재단, 동문들이 지급하는 교외장학금의 손길도 다양해졌다. 지난달 27일 1년 동안 4억여원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인하대동문장학회의 장학증서 수여식에 참석했다. 이번 학기는 131명의 재학생에게 2억1474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됐다. 인하대 60주년기념관 월천홀에서 열린 장학증서 수여식장은 별난 분위기였다. 개인명의 20여개 장학금을 비롯한 34개 단체장학금 종목에 따라 원탁이 준비됐다. 흔히 단상에 내빈들이 앉고, 단상 아래 선발된 장학생들이 줄을 서던 평범한 행사장과는 달랐다. 200여명의 동문 선·후배가 장학금별로 배치한 테이블에 함께 앉아 장학증서를 전달하고 뷔페를 즐긴 만찬장으로 꾸며졌다.

장학증서를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른 학생은 없었다. 아마도 처음 시도된 단상 없는 장학증서 수여식은 눈길을 끌었다. 식사를 하며 선배들의 격려와 후배 재학생들의 미래 포부가 어우러졌다. 이날 인하대 설립자 이승만 박사의 창학의지를 기리는 '우남이승만박사장학회'는 8번 테이블에서 5명의 3·4학년 후배들에게 등록금 반액의 장학증서를 수여했다. 장학증서를 펼쳐 기념사진 촬영도 했다.

이번 장학증서 수여식에는 특이한 참석자들도 있었다. '사랑나눔감사장학금' 테이블에는 학사경고를 받아 장학생으로 계속 선발될 수 없었던 한 학생이 자진 참석했다. 이 장학금은 3학년을 대상으로 선발해 졸업시까지 등록금 전액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 13명에게 5400만원의 장학금이 지급됐으니 매해 1억1000만원 정도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셈이다. 학사경고를 받은 이 학생은 '학업에 더욱 매진하겠으니 지켜봐 달라'는 의지를 밝혔다. 선배들의 격려와 위로가 이어졌다.

사랑나눔감사장학생들은 매월 1만원의 용돈을 모아 가정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장학금 수혜자가 다시 장학금을 지급하는 선순환 역할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장학생들이 조성한 장학금은 이날 논현고 2학년인 한 여학생에게 전달됐다. 또 초청을 받지는 않았으나 전동 휠체어를 탄 여학생의 어머니가 참석해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다.

고식적인 행사장이라기보다 만찬을 통해 세대 차이가 확연한 선배들의 육영의지와 후배 장학생들의 면학의지를 나눈 보기 드문 소통의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