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호 부국장·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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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기술인가? 그렇다면 사랑에는 지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 1900~1980)은 그의 저서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ing)> 첫 머리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의구심과 호기심을 자아낸다. '사랑'과 '기술'. 서로 반대편에 있을 것 같은 두 단어가 논리적 상관관계를 갖췄다고 제시하고 있다.

감성인 '사랑'의 완성을 위해서는 이성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사랑은 자연적인 감성이라고만 생각해 왔는데, 일말의 의구심이 든다. 기자는 이 책을 마흔이 넘어서야 처음 읽고 충격을 받았다. "아하, 내가 제대로 된 사랑을 몰랐구나. 누구나 사랑에 대해서 특별히 배워야 할 기술이 없다고 생각해 왔는데…." 사랑은 온전히 마음의 문제, 감정적인 문제로만 쉽게 생각해 왔던 터였다.

에리히 프롬은 이 책 전체를 통해 '제대로 훈련하지 않으면, 진정한 사랑을 하기 어렵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사랑할 수 없는 인간이라니? 무조건 주려는 방법을 생각하는 자기훈련! 그게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당연히 '사랑은 주고받는 것'이라고만 보는 인식에 대한 반성과 점검이 필요했다. 청소년 시절 배웠던 아가페 사랑, 모성애와 같이 이유를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무조건 주는 사랑의 의미! 이러한 진리를 이미 잊고 있었던 것이다.

4일 아침 최기선 전 인천시장의 영결식이 인천시청 광장에서 있었다. 생전의 최 시장은 정치의 목적은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큰 사람이었다. 내 주변에서 보아온 어떤 분보다 인간적이고 통에서 컸다. 나눠주는 것, 베푸는 것에 어떤 주저함도 없었다. 인간의 존엄을 인식한 가운데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나누려는 노력을 하는 삶이었다. 가난한 이의 아픔을 아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에리히 프롬은 '근원적으로 사랑이란 상대방의 가치관과 이루고자 하는 것 등을 존중하고, 상대가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이며, 이를 잘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불교에서도 "모든 생명에는 가치가 있다. 그 생명의 가치를 승화시키는 노력은 매우 중요한 선이다"라고 했다.

'사람의 기술' 책의 전체를 통해 기독교적인 신을 전제로 한 에리히 프롬의 인간존중과 불교에서의 인간생명과 존재 가치에 대한 존엄은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 휴머니티를 실천하고 완성하기 위해서는 과거·현재와 미래, 동서양 지구의 어디에서나 '모성애와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에리히 프롬에 의하면 사랑의 첫 번째 요소는 보호다. 사랑이 '보호'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어머니의 사랑에서 가장 명백해진다. 어머니는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희생시켜가면서까지 아기를 보호한다.

사랑의 두 번째 요소는 책임이다. '내가 나를 책임지듯 상대를 책임질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볼 일이다.

세 번째 요소는 존경이다. 사랑의 요소에 존경이 빠진다면 책임은 손쉽게 지배와 소유로 타락한다. 존경은 오직 자유를 바탕으로 성립될 수 있으니,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의 자유를 구속하고 있지는 않는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사랑의 네 번째 요소는 지식이다. 어떤 사람을 존경한다는 것은 그를 아는 데서 시작한다.

위의 네 가지 구성 요소인 보호(노동), 책임, 존경, 지식(이해)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고 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위의 네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춘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내면적인 힘에 바탕을 둔 성숙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