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수 1만명 돌파…"중장년 관객도 '불편'보다 '통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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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B급 며느리'

"명절에 시댁에 안 갔어요. 그래서 완벽한 명절을 보냈죠."

카메라 앞에서 이처럼 당돌하게 말하는 며느리, 아들 부부가 사고 때문에 집에 오지 못했다고 주변에 둘러대는 시어머니. 한 가정에서 벌어진 고부갈등을 4년에 걸쳐 기록한 다큐멘터리 'B급 며느리'가 설 연휴를 앞두고 박스오피스를 역주행하고 있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B급 며느리'는 전날 누적 관객수 1만명을 돌파했다. 순제작비 5천만원으로 만든 초저예산 다큐멘터리로는 준수한 성적이다.

개봉 첫날 47곳으로 시작한 스크린 수는 15곳까지 줄었다가 8일 58개로 늘었다. 롯데시네마가 스크린을 38곳으로 대폭 확대했기 때문이다. 상영관이 더 열리면서 관객 수도 8일 하루에만 690명을 기록하는 등 개봉 초기보다 늘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실관람객의 호평이 많았고 상영관을 늘려달라는 관객 요청도 있었다"며 "설 연휴 가족 관객에게 공감대를 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해 상영관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여성 관객의 반응이 뜨겁다. 롯데시네마에 따르면 지난 8일까지 이 영화 관람객 중 여성은 76.5%로 전체 영화의 여성 관객 비율 67.0%보다 높다. 50대 이상 여성 관객 비중이 22.4%로 전체 상영작 평균 10.0%의 배를 웃돈다.

영화 속 시어머니 역시 며느리에 대해 "'B급'도 아닌 'F급'"이라고 독설을 날리는 만만찮은 성격이다. 그러나 "난 이 다음에 내 위인전을 만들고 말거야"라며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여전사를 자처하는 며느리의 기를 꺾기는 역부족이다.

등장인물 중 '며느리'보다 '시어머니' 입장에 가까운 중년 이상 여성 관객은 이 영화를 어떻게 볼까. 의외로 영화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반응이 많다고 한다. 결혼했다면 이미 한 집안의 며느리인 데다 어머니로서 딸을 시집보낸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동년배의 영화 속 시어머니 대신 며느리에 감정을 이입한다는 얘기다.

배급사 에스와이코마드 관계자는 "나이 드신 관객은 보통 시어머니로서 영화를 보기보다는 '우리 딸이 생각난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며 "자신이 그동안 가부장적 가족문화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불편하기보다 통쾌하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선호빈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와 아내의 갈등, 그 틈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자학적 다큐멘터리로 만들고도 모자라 같은 이름의 책까지 냈다. 카메라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엮은 일종의 후일담이다. "제사에 며느리가 꼭 참석해야 해? 내 할아버지도 아니잖아." 아내의 '어록'은 무궁무진하다.

선 감독은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랑하는 아내와 부모님을 팔아 영화를 만든 남자의 비겁한 변명이 담겨 있다. 나는 내 영화와 책이 '관계 맺음'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결혼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교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 저렇게 하면 망한다는 반면교사로서 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