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 95% 이상 파괴 … "김 수확은 커녕 복구 막막"
▲ 2일 인천 옹진군 장봉도 앞 갯벌에서 이봉구 장봉도영어조합법인 대표가 최강한파로 인해 나타난 유빙으로 파손된 김양식장을 살펴보고 있다. 장봉도 김은 전통 재배방식인 지주식으로 생산한 친환경 김으로 맛과 향이 뛰어나 인기가 높은 특산품이다. /이상훈 기자 photohecho@incheonilbo.com
"지금쯤이면 한창 김 수확을 할 시기인데,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올해 양식은 끝났다고 보면 됩니다. "

9년여만의 최강한파로 나타난 유빙(流氷) 때문에 인천 앞바다 김 양식장이 초토화가 됐다. 칼바람이 살을 에는 지난 2일 옹진군 장봉도에서 만난 이봉구 장봉도영어조합법인 대표는 새하얀 얼음 밭으로 변한 양식장을 보고 한숨만 내쉬었다.

장봉도 김은 전통방법인 지주식과 무염산으로 김을 생산해 맛과 향이 뛰어나다. 하지만 김 양식업자들은 한파로 인해 유일한 생계 수단이 끊길 위기에 처했다.

이날 둘러본 장봉도 김 양식장의 말목은 한강에서 흘러들어온 유빙으로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말목 사이에 설치된 그물은 갈기갈기 찢겨 나갔다. 장봉도로 향하는 여객선에서 바라본 바다는 마치 북극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또 다른 그물들은 서로 엉겨 붙으면서 어민들은 수확을 일찌감치 포기해버렸다. 일부 양식 틀은 아예 떠내려가 버렸다.

9년 전 유빙 피해가 있을 때 어업인들은 그나마 일부 양식 틀을 보수한 후 사용했지만 올해는 그물하나 건지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김 양식 어민들은 보통 11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총 5~6차례 수확을 한다. 4번째 수확은 이달 10일부터 17일까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유빙으로 어장이 95% 이상 파손돼 수확은커녕 복구마저 불가능한 상태다. 인천 옹진군에서 총 50가구가 김 양식업에 종사하고 있다.

장봉도 진촌해수욕장 인근에서 김 양식을 하는 이규완씨는 "자재를 보수해서 쓰거나 철거할 지 아직 정하지 못했고, 앞으로 어떻게 이 난관을 헤쳐 나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장봉도에서 약 2~3㎞ 떨어져 있는 아염·사염도 김 양식장은 피해 상황마저 확인이 어렵다.

장봉도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은 눈으로 확인했지만 아염도는 배를 타고 나가야 한다. 유빙으로 관리선을 띄우지 못해 망원경을 통해 피해 규모를 추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인천에는 지난 3일 또 다시 한파주의보가 내려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아염도에서 5년째 김 양식을 하는 김윤일씨도 "유빙이 녹아야 배를 몰고 양식장을 나갈 수 있지만 현재로선 피해 규모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김이 잘 자라서 큰 기대를 했지만 수확은 고사하고, 양식장조차 가질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하소연했다.

옹진군은 이처럼 한파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현재 비상근무체계로 근무 중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양식업자의 7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관련 기준에 따라 피해 보상금 성격의 재난안전구호기금을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