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정경부 차장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천지역 항공정비산업을 제고하는 것이 적절한 방법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국토교통부의 축사 내용 중에 인천시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를 당부했는데, 구체적으로 뭘 지원하고 협조하라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천항공정비산업 육성을 위한 토론회' 말미에 나온 발언이다. 1시간 넘게 인천공항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는 인천지역 MRO 육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넘쳐났던 토론회장은 순간 어색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발언자가 인천시의 해양·항공업무를 담당하는 국장이다 보니, 참석자들은 뭔가 역설적인 표현이거나 후반부에서 맥락의 반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진의를 파악하기 힘든 이 발언은 그대로 마무리됐다.
급기야 이날 주제발표를 맡았던 인하대 최정철 교수는 마무리 발언에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부적절한 발언으로 유감스럽다"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는 항공기의 유지, 수리, 예방정비 등을 담당하는 항공정비산업을 뜻한다. 인천국제공항이 동북아 허브공항으로서 입지를 굳건히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의 요소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정부 지원 MRO사업자로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지정했다. 이를 두고 세계적인 항공분야 전문지에는 "한국이 항공주권을 포기했다"며 조소하는 기사까지 실렸다.
최근 유정복 인천시장은 "머지않아 인천이 부산을 제치고 국내 제2의 도시로 떠오를 것"이라며 '서·인·부·대'(서울~인천~부산~대구)를 외치고 있다. 실제로 인천은 인구뿐아니라 지역내총생산(GRDP) 증가율 등 주요 지표에서 빠른 속도로 부산을 따라잡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부산은 해사법원 신설, 해경 인천환원, 스마트시티 사업 등에서 사사건건 인천 견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부산에서 근무하는 고위 공무원들을 지역 상공회의소 등이 나서서 '친부산세력'으로 관리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토론회를 주최했던 바른정당 이학재(서구갑) 의원은 토론회에 앞서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며 "인천이 제대로 발전하려면 온 인천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천시가 지역의 온 역량을 모으기는 고사하고 내부 목소리조차 단속하지 못한다면, '서·인·부·대'는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천공항이 지역발전에 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국장에게는 '중용(中庸)' 23장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