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이 청년 일자리 점검회의에서 장관들을 질책했다. "과제 해결에 대한 의지나 있는지 의문"이라고. 관련예산이 19조원이지만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이라며 울부짖는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 문제는 시대의 화두다. 이를 내버려 두고서는 적폐청산도, 탈원전도 의미가 없다. 반대로 우리 청년들이 꿈과 희망에 부풀 수있다면 북핵도, 중국의 갑질도 넘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세기 한 때, 연간 100만명이 굶어죽던 나라가 이리 살게 됐으니 풀지 못할 숙제도 아닐 것이다. ▶중견기업 간부인 지인이 신입사원 면접에 들어갔다. 바짝 긴장한 청년들 보기가 가슴 아파 "취업절벽이 무엇 때문이냐"고 물어보았다. "대학이 너무 많아서", "공무원 대기업만 가려해서" 등의 대답이 돌아왔다. 이래저래 어른들 탓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문제는 이웃나라 일본의 청년들과 우리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사정이 너무 다른 점이다. 행복에 겨운 일본 청년들은 '오와하라'에 시달린다지 않는가. 요컨데 '기업들이 대졸 예정자들에게 취업을 약속해 주는 대신 다른 회사를 알아보지 않겠다는 서약을 요구'하는 의미의 신조어라고 한다. 대부분이 2곳 이상의 합격 통지서를 받아 들고 '어느 떡이 더 큰가'를 저울질하곤 해서 나온 세태다. 어디서부터 비롯된 차이인지는 명확하다. 지금의 일본 청년들은 잘난 정치인과 어른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한국의 어른들은 이제 구한말처럼 '청년 일자리 신사유람단'이라도 파견해야 하지 않겠는가. ▶입은 청년 일자리를 외치면서 행동은 그 일자리들을 부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장이든 카지노든 '열고' '짓고' '세우고' 해야 청년 일자리가 생긴다. 그러나 현실은 온갖 민원·이념 타령에 '닫고' '무너뜨리고'에 갇혀있다. 그러고서도 기업들이 돈을 쌓아놓고 투자 않는다고 몰아친다. ▶그나저나 문 대통령이 "2월 회의에서 (장관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우리 관료사회가 어떻게 대처할지가 벌써 눈에 그려진다. 산하 공사·기관·단체 일자리부터 늘릴 것이다. 지난 정권의 실적을 슬쩍 끼워넣기도 할 것이다. '일자리 박람회' 등의 이벤트도 넘쳐날 것이다. 그럴 때 문 대통령이 이렇게 주문했으면 정말 좋겠다. "불쌍한 우리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