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영 정치부 차장
'서인부대'. 국내 어디에 있을 법한 군(軍) 부대(部隊) 명칭 같지만 아니다.
인천이 부산을 앞질러 서울 다음의 도시로 부상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 표현이다.
기존 서울-부산-인천-대구 순을 올해 중 인천이 부산을 앞질러 서울 다음 가는 2대 도시로 성장한다는 기대섞인 표현이다.
그래서 서울-인천-부산-대구의 첫 글자를 따 '서인부대'라고 불린다.
새해를 '서인부대'로 장식하는 유정복 시장은 자신감에 차 있다. 인천 곳곳의 행사장에서 "올해는 인천이 경제분야에서 부산을 넘어 서울 다음으로 대한민국의 2대 도시로 떠오를 것"이라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인천시 홍보자문단도 유 시장의 '서인부대' 전파에 소매를 걷었다.
유 시장은 이 자리에서도 '서인부대'를 강조하며 "300만 시민에게 희망차고 발전적인 시정 소식을 널리 알려 줄 것"을 당부했다. 시 홍보자문단 역시 "올해 화두인 서인부대 홍보에 앞장서겠다"며 유 시장의 '서인부대론'에 힘을 실어줬다.

부산지역 한 일간지 논설위원은 "인천시의 호들갑에 지나친 감이 없지 않지만 부산이 앞으로 무엇으로 살아갈 것인지 진지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대체 '서인부대'는 어디서 나왔을까.
지난 18일 자유한국당 신년인사회 때 실마리가 풀렸다. 이 자리에서 민경욱 시당위원장이 "내가 유 시장에게 서인부대를 선물했다"고 언급했다. 민 위원장은 한 마디 덧붙였다. "(지방선거에서) 한반도를 구할 최강의 부대가 되어야 한다는 게 서인부대 의미다"고 했다.
순간 '서인부대' 호감이 씻겼다. 어라, 자유한국당 선거 구호였어?
6월13일은 제7회 동시지방선거일이다. 139일 남았다. 벌써 선거는 시작됐다. 올해 시정 중 무리하다 싶은 사업은 '선거'라는 함수를 만나면 금세 이해된다. 물론 '서인부대'라는 장밋빛 인천에 대한 유 시장의 구호 역시 이해된다. 왜? 지방선거에서 유 시장의 재선 도전은 기정사실화됐고, 어찌 보면 유 시장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무리수를 두지 않고 시장직을 백분 활용한 선거운동을 벌이는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문이다. 300만 시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외적 성장 수치를 앞세운 '서인부대'를 인정할까. 도시는 성장하는데 그 속에 터를 잡은 인천시민은 무술년에 안녕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