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몰린 시민들 고통 호소
약국엔 마스크 구입 줄 이어
"126번 환자분,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

17일 오전 12시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내과 안은 마스크를 쓴 환자들로 병원 대기실이 가득 찼다. 작년 연말부터 쉴 새 없이 이어진 미세먼지 공습으로 병원은 기관지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로 평소보다 더 많이 북적였다. 접수를 시작한 지 3시간 동안 진료 받은 환자가 100명을 훌쩍 넘은 것이다.

이날 오전 12시 인천의 미세먼지 농도는 106㎍/㎥으로 '나쁨' 수준을 나타냈다.
병원을 찾은 시민 최모(45)씨는 "평소에 기관지 알레르기가 있는 상황에서 미세먼지가 심한 데도 바깥 활동을 많이 해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며 "더 심각해지기 전에 근처 병원으로 왔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중구 신포동의 한 이비인후과에도 진료를 받으려는 어르신 10여명이 줄을 이었다. 겨울철 독감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미세먼지까지 더해지면서 면역력이 약한 60~70대들은 더욱 심한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다.

환자들은 대부분 "목이 따갑다", "목이 칼칼하다"라거나 일부는 "눈이 따갑다"고 하소연했다.

병원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미세먼지가 심해지면서 지난 주 환자들이 가장 많았다"며 "16일 미세먼지가 특히 심하긴 했지만 2~3일 후에 호흡기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며칠 후에 환자가 더욱 몰릴 것 같다"고 말했다.

약국에는 황사 마스크를 사려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잇따랐다. 신포동의 한 약국은 눈에 잘 띄도록 출입문 바로 앞에 마스크를 진열해뒀다. 기존에 방한용 마스크를 쓰는 시민들은 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는 마스크를 새로 구입하고 나섰다.

연일 미세먼지로 뒤덮인 잿빛 하늘 때문에 시민들은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동인천역 북광장의 화도진 스케이트장은 평소 방학을 맞아 학생들로 북적였지만 사흘째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면서 이용객은 20~30여명 정도로 줄었다.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도 평소보다 크게 줄었다.

그러면서 특히 시민들은 인천이 타 지역과 비교했을 때 동네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은 것 아니냐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학부모 박유림(33·여)씨는 "친정인 대전에 와 있는데, 인천 미세먼지 농도가 두 배나 더 높다"며 "인천으로 올라가는 날을 미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류정선 인하대병원 호흡기 공공전문진료센터장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던 환자의 경우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폐기능이 저하 된다"며 "노약자나 어린이는 최대한 바깥 활동을 자제하거나 외출할 때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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