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관극장 앞 카페 운영하는 윤성원 작가"매각설 불거지니 주변 가게들 모두 불안"
중구 애관극장에 가는 이들은 시간을 더하고 시야를 넓혀 주변 카페까지 들르곤 한다.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영화를 기다리면서 또 영화가 끝나고 감상을 나누기 위해 이곳 경동 일대의 아기자기한 카페에 몸을 누이는 이들이 꽤 많다. 다양한 이름의 많은 카페가 있지만 애관극장과 마주보고 있는 그야말로 정말 극장 앞에 있는 '극장앞' 카페는 빈티지스러우면서도 고풍스러움이 묻어있어 인기가 많다. 매일 눈만 뜨면 자연히 극장과 인사하는 윤성원(28) 대표는 "애관극장 덕분에 우리 카페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웃어보였다.
"머리 싸매고 고민하기 싫어서 농담으로 툭 던진 말이 진짜 카페 이름이 돼버렸어요."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졸업 직후 외가 친척들이 살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이민을 떠났던 윤 대표는 대학 생활을 마친 2012년 한국으로 돌아왔다. 일 때문에 인천으로 온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그는 건물 1층을 작업공간 겸 카페로 만들기로 했다. 윤 대표는 "'극장앞'이라고 결정하고 나선 전국 극장 앞에 모두 카페를 내자며 거창한 꿈을 꿨을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카페 안은 실제 한약방에서 쓰던 40년 된 약장과 자유분방하게 놓인 테이블, 주방과의 구분이 없어 더욱더 개방적이고 탁 트인 분위기, 그리고 사진을 전공해 작가로도 활약하고 있는 윤 대표의 작품들과 카메라, 필름이 가득 채우고 있다. 본업과 부업이 바뀌었다며 우스갯소리를 건네는 윤 대표지만 사실 그는 지난 5일부터 한중문화관에서 열린 '인천근현대건축물 사진전'도 참여했을 정도로 지역에선 수준급 사진작가로 통한다. 그는 "전엔 '공항'으로만 연상됐던 인천에서 살고 지내다보니 오래되고 소중한 공간이 정말 많더라"라고 말했다.

"극장이 사라지면 우리도, 이웃 카페들도, 또 다른 가게들까지 타격이 어마어마하겠죠."

최근 애관극장 매각설이 돌면서 윤 대표는 물론 이곳 골목 분위기 모두 얼어붙었다. "'극장앞' 카페의 운영시간 그리고 북적이는 시간은 애관극장과 맥락을 같이한다"며 "극장 운영이 힘들단 말은 전부터 들었지만 매각설이 불거지니 불안한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지금까지 그래왔듯 앞으로도 '극장앞' 이란 이름으로 손님들을 맞을거에요. 이름뿐이 아닌 정말 '극장 앞'의 카페로 오래갔으면 좋겠지만요."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