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내리느라 예년에 비해 지루하지는 않았어도 국지적으로 폭우가 곳곳에 물난리를 겪게하던 장마가 물러갔다. 이렇게 우리나라의 장마는 말썽끝의 수줍음을 타듯 싱겁게 물러간다. 거짓말처럼 물난리의 뒤끝도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일기예보의 `장마끝"" 한마디면 그뿐-다만 뜨거운 태양이 작열할 뿐이다.
 장마가 걷혔다는 반가움은 같은 장마권의 일본쪽이 더하다. 우리보다 장마가 일찍 시작하고 더 길기 때문일듯 하다. 일본의 장마는 40~50일 정도이다. 그런만큼 가뜩이나 축제가 많은 나라여서 지방마다 장마를 마무리하는 축제도 성하다. 특히 고도 교토의 북교에서 벌어지는 기온마쓰리는 성대하다. 원래 장마로 인한 역병과 수해의 액풀이로 음력 6월보름전 까지 행해졌다는 이 축제는 지금은 양력으로 7월중에 전개된다고 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에게는 장마를 마감하는 고유행사가 없다. 무덥고 지루했던 장마가 개임으로써 느끼는 감격이 일본보다 덜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고유세시풍속인 음력으로 유월보름의 유두로 시작해서 칠월칠일의 칠석 보름의 백종을 장마끝의 축일로 여겨도 좋을 듯 하다. 올해는 윤사월이 들어 한달이나 늦어져서 그렇지 예년 같았으면 지금쯤 음력칠월이 시작될 무렵인데 이중 칠석날에 책을 내다 말리던 풍습은 우리만의 자랑꺼리로 학문을 숭상하던 옛 우리 선비들의 미풍양속이었다.
 예전엔 칠석이면 민가에서 장롱과 책궤의 옷과 책을 내다 그늘에서 바람에 말렸다. 장마통의 습기로 옷이나 책이 썩거나 좀이 쏠기 쉬웠기 때문이다. 지금도 평소에 헐렁했던 서가가 장마때면 습기로 부풀어 꽉끼우는데 선선한 가을이 되면 다시금 헐렁해짐을 볼 수 있다.
 앞으로도 한두차례 비소식이 있겠다지만 장마는 물러가고 대신해서 괴롭히는 존재는 복중의 무더위이다. 벌써부터 남녘 해수욕장 마다 피서객으로 인해라거니와 건전한 바캉스가 되어야겠다. 또한 각종 질병도 심신의 피로도 따르겠는데 절도있는 몸관리로 건강한 성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