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인] 일과 놀이의 균형을 잡자
[스펙트럼 인] 일과 놀이의 균형을 잡자
  • 인천일보
  • 승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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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정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2018년 무술년 새해가 힘차게 나아가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면 저마다 새로운 한해를 다짐한다. 하지만 새해의 다짐들은 새하얀 눈 녹듯 늘 슬그머니 사라지고 다시 이듬해의 위시리스트로 미뤄지기 일쑤이다.
우리의 삶은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멈추지 않고 달려가고만 있어 불안함을 떨칠 수 없게 한다. 사회의 빠른 변화 속도에 따라가느라 숨이 차기까지 한 우리의 삶이다. 시대변화에 부응하지 못하면 뒤처질 듯 불안해하여 그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삶에 더욱 채찍질을 가한다.
전력질주는 그 멈춤이 쉽지 않다. 멈출 때조차도 많은 노력과 힘이 들게 된다. 쉬엄쉬엄 가야만이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어 삶의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생활에 여유와 쉼이 없어진지 오래됐다. 쉼 없이 달리기만 하는 사람들은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이른바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에 빠져, 기력이 없고 쇠약해진 느낌, 짜증이나 우울감 등의 감정 소진, 감기·두통과 같은 만성질환에 시달리게 되는 증상을 나타내게 된다고 한다. 탈진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번아웃은 감성과 체력의 에너지고갈 상태로 최근에는 성인뿐만 아니라 청소년, 어린이에까지 그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중 한국은 자살률이 1위이고 청소년의 행복지수도 최하위에 위치해 있어,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으니 삶의 질도 나아지고 있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한국이 전혀 행복하지 않은 나라라는 것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아이들은 경쟁사회를 강요받으며 사교육 시장에 내몰리는 등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행복을 배우지 못하고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인이 되고 노년을 맞이했을 때 이들의 삶이 과연 어떻게 되어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다행히도 '워라밸(Work Life Balance)'이 2018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라는 점에 위안을 가져본다. 바쁜 일상에서 한숨 돌리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인데, 생각만 해도 즐겁다. 잘 노는 사람이 창의적이고 행복하다는 연구결과가 뒷받침하듯이 이제는 일과 놀이의 균형을 맞추며 살아야 할 때이다.
잘 노는 자들이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한다고 한다. 즐거움을 동반한 놀이를 할 때 우리의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방출되어 행복감과 창의력을 높여준다고 한다. 따라서 잘 논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만큼 뇌의 작용을 긍정적으로 만들어 창의적인 사람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절대로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없다.

2015년 미국 뉴욕에 '프리스쿨 매스터마인드(Preschool Mastermind)'라는 성인을 위한 유치원이 생겼다는 재미있는 기사가 떠오른다. 21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주 1회 놀이, 미술, 낮잠, 파티를 하는데, 아주 즐거워하여 인기가 많다고 한다.
아이나 성인 모두 노는 것이 즐겁다. 노는 것이야말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일 것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탈 벤샤하르교수는 행복해지기 위해서 잘 놀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호모루덴스(Homo Ludens) 놀이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누구에게나 노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잘 놀아야 몸도 마음도 튼튼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잘 놀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가?'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되어야 잘 놀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있는 곳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콘서트 관람 등은 여가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노동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사랑에도, 돈을 버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듯이 노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강요된 일상의 업무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이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마음껏 하면서 그로부터 기쁨과 행복을 얻기를 꿈꾸게 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의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진정 가슴 벅차게 하는 일이다.
일상에서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모두 2018년은 여가 있는 삶을 통해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한 한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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