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인권기본조례'가 없는 인천시가 올해도 조례 제정을 머뭇거리고 있다. 지난해 발의된 관련 조례는 상임위원회 상정 여부조차 결정되지 않은 채 인천시의회에 계류 중이다. 시의회는 이한구(계양4) 의원이 작년에 발의한 '인권보장 및 증진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임시회 심의안건으로 올릴지도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제정안에는 시장이 5년마다 인권보장·증진계획을 세워 시민들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매년 1회 이상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인권센터와 인권보장·증진위원회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인권기본조례는 시민들의 인권을 체계적으로 보호하려는 제도다. 서둘러 만들어야 마땅하지만 인천만 유독 그러지 못하고 있다. 종교단체 눈치를 보기 때문인가. 종교단체에서는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이 보장하는 가치', '법률' 등의 문구를 문제로 삼았다. 그래서 지난해에도 끝내 시의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의회가 이처럼 '인권조례' 제정을 미적거리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이유다.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아니 시민들의 기본인권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조례를 제정하겠다는 일도 남의 눈치를 봐야 한다니 얼토당토 않다. 인천의 경우 광역지자체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와 거주 외국인, 등록장애인 등 취약계층 인구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다. 그런데도 인권기본조례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인천시는 보편적 인권보호·증진을 위해 국가인권위에서 권고한 인권기본조례를 빨리 마련해야 한다. 머뭇거릴 까닭이 없다. 단체 눈치를 보며 늦추다가는 시민들의 반발과 비난에 직면할 게 뻔하다.

삶의 존엄을 인정하는 인권은 이 시대에서 다루어야 할 최고의 가치다. 인권은 누가 뭐래도 진정한 인간의 권리이다. 모든 시민이 차별을 받지 않고 자존감을 드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인천시는 우리 헌법에도 명시하고 있는 인권 관련 제도를 하루빨리 정착시켜 시민들의 인권이 향상되도록 힘써야 한다. 시민들이 행복한 삶을 꾸려가는 데 인권보장·보호는 필수적이다.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는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 수 있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