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경기도 일부 지역에서 우울한 소식이 들려온다.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악성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임금체불로 고통을 받는 상당수가 하루 벌어 먹고 사는 노동자이거나 저임금 근로자라는 점이다. 가뜩이나 월급이 적은데 그마저 안 나오니 고통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평택 한 사업장의 경우 신축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거푸집 작업을 하는 노동자 7명은 4개월간 3000여 만원을 받지 못했다. 안산의 한 스포츠센터 헬스트레이너는 임금 105만원을 2년째 받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소송을 하면 소송비가 더 들어가 낭패다. 이들과 비슷한 임금체불을 겪고 있는 사람이 경기도에만 매년 수만명에 이른다. 노동부의 지급명령이 떨어져도 사업주가 거부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수원·화성·용인지역의 임금체불 신고건수는 2016년 2만3230건, 지난해는 2만303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1만90여 명의 사업주가 노동부의 지급명령을 거부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은 3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리고 있음에도 대부분 최대 벌금액의 20~30% 수준으로 처분을 받기 때문이다. 체불임금보다 벌금이 적다보니 벌금만 내고 버티자는 속셈이다.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근로기준법 개정여론이 나오는 이유이다. 최근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인상했다지만 이처럼 임금체불이 만연한 상태에선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임금체불은 가족을 모두 고통 속에 빠트려 심하면 가족해체까지 부를 수 있는 악행이다. 국내 가계빚이 급증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임금체불 사업주들과 이를 느슨하게 관리하는 고용노동부가 한 몫을 한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 대책마련에 앞서 악성 임금체불에 대한 대책을 먼저 세워야 한다. 제도·법률적으론 현재 국회에 발의된 임금체불 재발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하루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법적 처벌에 앞서 고용주들은 노동자들이 자기 식구라고 생각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임금을 지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