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호 언론인
모든 말과 글은 다의(多義)적이다. 쓰는 이와 말하는 자에 따라 뜻을 달리 한다. 때와 장소에 따라서도 제각각이다. 용처에 따라서도 같은 말이 달리 쓰인다. 그래서 법조문이나 공공문서는 이러한 해석의 탄력성을 좁히는 데 공을 들인다. 목표는 누가 읽어도 같은 뜻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몇 년간 새 청년정책이 널리 번지고 있다. 이른바 '88만원 세대'로 청년이 호명된 이후 그들은 시대가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가 됐다. 덩달아 청년을 위한 공공부문 정책도 다양하게 선보인다. 청년통장, 청년수당, 청년배당, 청년허브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관련 정책 중 가장 앞선 건 청년고용촉직특별법. 현행 법 제명(題名)에 '청년'이 들어간 유일한 법률이다. 2004년 선보인 이 법은 제정 이후 방치됐다. 2008년 개정 뒤에도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그나마 발 빠르게 대처한 쪽은 지방자치단체들. 나라 법률이 '상징영역'에 머물러 있다면, 지방자치단체 조례는 '실질 영토'로 나아가 진행형이다. 서울·울산·세종·대전·광주·대구·성남시 등의 도시들이 청년 기본조례나 청년배당 조례를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개별화된 청년정책을 종합·균형적으로 뒷받침할 '청년기본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마디로, 청년정책 진화 과정은 뒤숭숭하다. 밑그림 없이 집 짓기며, 팔다리 먼저 그리고 몸통 그리는 식이다. 그러니 '청년'이 누군지는 정의하는 자에 따라 제각각이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대상 청년을 '15세 이상 29세 이하'로 규정하고는 심하다 싶었는지 '특칙'을 따로 붙여 34세까지 허용한다. 중소기업창업 지원법은 39세 이하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 부산은 18~34세, 대구·광주 등지는 19~39세, 성남시 청년배당은 19~24세 등 천차만별이다.

상황이 이러니 '청년'이라는 낱말 하나 앞세운 정책이건만 논란은 계속된다. 최근에는 경기도의 '일하는 청년 시리즈'란 사업에서 불거졌다. 관련 조례는 청년을 만 15~39세로 정했다. 한데, 대상자 모집 과정에서 만 18~34세로 제한했다. 도지사 재량이며 법적 문제는 없다는 게 경기도의 입장이다. 그럴 수 있겠다만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재량권자도 잘 알지 않을까.